이수정 "살인범이 전자발찌 끊어도 지구대 경찰이 전과 기록 못 봐"

입력
2021.08.31 11:00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강씨 사회에 풀어 놓고 위치만 살피면 어쩌나"
"전과 기록 열람, 치안센터 경찰도 가능해야"
"경찰, 전자발찌 문제 적극 개입하게 법 고쳐야"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두 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모씨 사건과 관련해 현장 경찰들이 범죄자의 전과 기록 및 교정 기록을 알 수 없어 대처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수사관들이 전과 정보를 볼 수 없어 보호관찰 대상자를 제대로 관리하기 쉽지 않은 문제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30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왜 현장 수사관들이 전과 정보를 열람할 수 없는 건지, 이게 지금 위험 관리의 맹점 중 맹점인 걸로 보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강씨가 사회 생활을 할 수 있게 각종 지원을 받았지만, 정작 강씨에 대한 감시·감독은 허술했다고 비판했다. 강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석 달 동안 500만 원이 넘는 지원을 받았고, 갱생보호업무 중 하나로 화장품 관련 업종 일자리도 구했다.

이 교수는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게 주거지까지 제공받았지만 끔찍한 일을 저질렀으니 기존 전자감독제도로 재범 억제가 가능하겠느냐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며 "이렇게 사회에 풀어 놓고 지리적 정보만으로 감독하는 제도로는 재범 억제가 안 되는 사람들이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갖게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 현장출동까지 해놓고 범행 장소 못 들어가"

이 교수는 지구대 경찰들이 강씨에 대한 전과 기록을 알 수 없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이 현장에 출동까지 했는데 문제는 들어갈 수 없었다는 것이다. 전과 14범으로 피해자가 전부 여성이고, 두 번의 성범죄 전력이 있다는 걸 알았다면 왜 경찰이 현장에 안 들어가겠느냐"라며 "영장 청구를 못 하니 긴급 사안임을 파악하지 못한 현장 실무자들은 이 사람의 전과조차 알 길이 없다"고 성토했다.

이 교수는 인권 보호를 이유로 현장 경찰들이 전과 기록 조회를 못 하게 한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산망 허가가 있는 형사과의 높으신 분들은 (전과 및 교정 기록) 조회가 가능하다"며 "문제는 현장을 나가는 치안센터, 직위가 낮고 권한이 많지 않은 현장에 출동하는 경찰도 전과 정보를 열람할 수 있어야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얼마 전 제주도에서 중학교 아이가 동거남에 의해 살해된 사건도 이미 지구대에 가정폭력으로 신고가 됐던 건"이라며 "그런데 지구대가 특정범죄가중처벌 보복 범죄를 세 번이나 한 사람이란 걸 몰랐다"고 설명했다.


"보호수용제도 도입해 고위험군 관리하자"

이 교수는 감시·감독이 더 엄격하게 이뤄지도록 전자감독 관련 법을 개정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강씨는) 야간 외출 제한 명령이 내려졌는데 어겼다. 준수 사항 위반이란 새로운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며 "그러면 (전자감독) 규칙 위반이 있을 시 업무 협조를 시작해야 하는데, 경찰이 개입할 근거가 상당히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존 전자감독 관련 법에는 엄격하게 집행하는 조항에 대해서도 인권 보호적 차원에서 권고하고 찾아가 지도하는 정도밖에 권한이 없다"며 "이런 게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보호관찰 인력 문제도 짚었다. 보완책으로 '보호수용제도' 도입을 제시했다. 그는 "최근 가석방으로 전자감독 대상자 숫자가 확 늘었다"며 "애초 전자감시를 도입할 때 재범 위험성이 높은 고위험군들을 위한 제도로 설계가 돼 숫자가 늘어나면 현장에서 감당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감시 대상) 숫자를 갑자기 폭발시키면 준수 사항 위반자 관리를 못하게 된다"며 "대체 형벌 형태로 넓힐 거면 고위험군을 위한 새로운 제도, 예를 들어 야간에 시설에 들어와 자도록 하는 보호수용제도를 도입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