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노마스크 너무 부럽다."
지난 6월 개막한 스페인 사진 작가 요시고의 전시 '따뜻한 휴일의 기록'에 대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반응이다. 사진 속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스파를 하고, 해변가 해수욕을 즐기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속 일상이 통제된 지금, 관람객의 눈에 마스크를 하지 않은 모습이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입소문을 탄 전시는 현재 평일에도 30분 넘게 대기해야 볼 수 있는 '힙한 전시'가 됐다. 지금까지 5만 명 이상이 다녀갔다. 기자가 찾은 지난 19일 역시, 평일 이른 오전 시간대였지만 전시를 보기 위해 모여든 이들로 전시가 진행 중인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시소 서촌 인근은 북새통을 이뤘다.
휴가철을 맞아 코로나19로 억눌린 여행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온 이들도 많다. 전시장에서 만난 김모(32)씨는 "여행 가고 싶은 마음 때문에 찾게 된 전시"라며 "평소 가고팠던 여행지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니 충족이 되는 게 있었다"고 말했다. SNS에도 '(여행지 사진을 보며) 나도 저 틈에 끼고 싶다' '여행 가고 싶다'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2층부터 4층까지 이어지는 전시에선 작가가 지중해를 둘러싼 유럽의 휴양지부터 미국 마이애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헝가리 부다페스트 등을 여행하며 기록한 350여 점의 사진을 볼 수 있다. 사진은 건축물, 다큐멘터리, 풍경이라는 세 가지 섹션으로 나뉘어 있다.
작가는 지루해 보일 수 있는 건물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그림자마저 풍경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작가는 빛이 든 건물 계단, 문, 방 등을 촬영하며 평소 놓치기 쉬운 아름다움을 건축물에서 끌어냈다.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 볼록 튀어나오거나 들어간 건물의 기하학적 요소를 그만의 시선으로 담아내기도 했다. 이국적 감성을 느끼고 싶어 미국, UAE, 일본으로 사진 여행을 떠났고, 그곳에서 사람과 풍경을 촬영했다.
그가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따뜻한 시선은 사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호세 하비에르 세라노가 본명인 작가는 아버지가 선물한 시의 한 편에서 인용한 단어 '요시고'를 활동명으로 쓰고 있다. 요시고는 '계속 나아가다'라는 뜻이다. 인터뷰 영상에서 작가는 "사진을 잘 찍지 못해 고민하던 시절 아버지는 내게 용기를 주신 분"이라며 "살아가면서 즐거운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신 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전시가 볼 만한 건 요시고의 사진 자체가 주는 위로에 더해, 중간중간 재미 요소가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전시장 입구에서 제공하는 손바닥만 한 작은 종이 프레임은 잠시나마 사진 작가가 돼 볼 수 있는 체험을 제공한다. 두 가지의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는 방식으로 나의 여행 타입을 알아볼 수 있는 사다리 게임판은 관람객의 몰입을 더한다. '여행을 떠날 때 나는?'이라는 질문에 계획적(1번)인지, 즉흥적(2번)인지 선택하고, 이어지는 질문에 답하면 잘 어울리는 여행지를 추천해 준다.
제대로 된 휴일, 휴가를 보내기 힘든 요즘 조금은 숨통을 틔울 수 있는 전시다. 성인 관람료는 1만5,000원. 전시는 12월 5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