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자체 개발 코로나 백신을 접종한 지 사흘 만에 네 명이 숨졌다. 중국은 “안전성 문제를 도외시했다”고 비판하며 꼬투리를 잡았다. 반면 신규 확진자가 석 달 만에 ‘0’으로 떨어진 대만은 접종을 독려하며 마이웨이를 고집하고 있다.
천스중 대만 위생부장(장관)은 25일 “백신을 맞은 인원이 13만 명을 넘어섰다”며 “접종 후 사망사고가 백신과 연관 있는지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 중단은 아직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대만은 23일부터 ‘메이드 인 타이완’ 메디젠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첫날 차이잉원 총통의 접종 장면을 생방송으로 중계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임상 3상 시험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긴급승인을 내준 백신이라 과연 안전한지를 놓고 우려가 적지 않았다. 야당이 백신 허가 무효소송을 제기할 만큼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중국은 이 점을 집중 공략했다. 중국 백신을 거부해온 차이 정권을 향해 “판단 착오”라고 비판했다. 환구시보는 26일 “당국의 섣부른 백신 승인에 대만인들이 상당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신 외교’ 물량공세로 국제사회 영향력을 키워 온 중국으로서는 대만의 일탈이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중국 백신 전문가 좡스리허는 “임상 3상 없이 백신을 허용하는 건 다른 백신과의 형평성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동시에 20억 회분에 육박한 중국의 백신 접종 열기를 부각시켰다. 중국 백신은 안전하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성년자 접종을 허용한 데 이어 각 지역에서 경쟁적으로 접종률을 높이고자 농촌지역 노인들을 위한 무료 픽업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중국 호흡기질환 최고권위자는 중난산 공정원 원사는 “집단 면역을 위해서는 인구의 83%가 백신을 맞아야 한다”며 “중국의 백신 접종 규모는 세계에서 가장 크지만 100명당 백신 접종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고 강조했다.
반면 대만은 전날 코로나 확진자가 ‘0’으로 급감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방역과 백신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지난 5월 하루 확진자가 500명 넘게 치솟았던 것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코로나 사태 이후 ‘방역 모범국’으로 칭송받다가 한때 ‘방역 낙제생’으로 전락했지만 다시 예전의 명성을 회복할 기회를 잡았다.
차이 총통은 트위터에 “의료진과 시민들의 노고 덕분에 거둔 성과”라며 “하지만 아직 바이러스가 사라진 것은 아닌 만큼 계속 주의를 기울이며 방역에 신경 써 달라”고 당부했다. 천 부장도 “전염병 사태가 안정되긴 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면서 “코로나 사태가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