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교민 이어 아프간 피란민 품은 진천..."인류애 보여줘야죠"

입력
2021.08.25 21:30
한국 정부 도운 아프간인 390여 명 국내 입국
진천 소재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머물 예정
송기섭 진천군수 "결단 내려준 주민들에 감사"



충북 진천군 주민들은 이번에도 '포용'을 택했다.

한국 정부를 도와 일한 점이 인정돼 '특별공로자' 신분으로 국내에 들어오는 아프가니스탄인과 그 가족 390여 명이 충북 진천 소재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머물 수 있도록 결정한 정부 방침을 수용하면서다.

진천군은 지난해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피해 입국한 중국 우한 교민들에게 같은 장소의 거처를 제공했던 경험이 있다.

벌써 두 번째, 쉽지 않은 결정. 주민들도 처음에는 "왜 하필 또 진천이냐"며 "낯설어하고, 피곤함도 내비치며 의견이 분분했다"(송기섭 진천군수)고 한다.

그러나 "인류애" 앞에서, 결국 주민들은 마음의 문을 활짝 열었다.


송기섭 진천군수는 25일 TBS 라디오 '신장식의 신장개업'에 출연해 "우리나라를 도와줬던 아프가니스탄 조력자들을 우리가 보호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인류애를 보여주자는 데 공감했다"며 "주민들이 먼저 우리가 수용을 하고 따뜻하게 대해주자고 제안해서 결정이 됐다"며 감사를 표했다.

전날 오후 8시에 정부에서 통보가 이뤄진 지 만 하루도 안 돼 진천 주민들이 빠르게 '결단'을 내려준 것이다.

한국으로 입국 예정인 아프간 인사 및 가족 365명은 한국시간 이날 오후 6시 10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전날 먼저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한 26명까지 한국행을 희망한 협력자 총 391명 전원이 안전지대로 빠져나온 것. 이들은 이르면 이날 저녁 한국으로 출발할 예정이다.


국내로 들어온 아프간 사람들은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입소해 6주에서 최대 8주까지 머무를 예정으로 전해졌다. 국내 도착 직후 공항에서 코로나 검사를 우선 실시한 뒤, 2주 동안 자가격리에 들어간다. 함께 온 가족은 물론 외부인과의 접촉도 차단된다.

정해진 수용 기간이 지난 이후엔 타국 등 제3의 장소로 가거나, 한국에 남거나, 이들의 선택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송 군수는 "아프간 국민들의 입소에 따른 진천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한편으로 법무부와 머리를 맞대 아프간 조력자들에 대한 식생활, 문화 등을 고려한 수용 계획을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천군에 오신 만큼 이분들이 좀 더 안전하고 편안하게 생활이 가능하도록 최대한 지원할 예정"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강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