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쇼" VS "마녀사냥"... 의원직 던지겠단 윤희숙에 엇갈린 반응

입력
2021.08.25 19:30
민주당 "서민 코스프레 이어 또 국민 기만" 
국민의힘 대선주자들까지 "사퇴 만류" 옹호
野, 文 부동산 비판한 '윤희숙 죽이기' 성토도 
의원직 사퇴는 표결 사안, 통과는 미지수

국민권익위원회의 부동산 전수조사에서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불거진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국회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가운데 여야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지도부와 대선 주자들까지 한목소리로 윤 의원의 사퇴를 말리며 적극 옹호하고 나섰지만, 민주당에선 보여주기식 '사퇴쇼'로 국민을 속이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 "피해자 코스프레... 국민 기만 말라"

민주당 대선 주자 중엔 이재명 경기지사 측이 날카롭게 반응했다. 윤 의원과 이재명 경기지사는 기본소득 정책을 둘러싸고 날 선 공방을 벌여 왔다.

이재명 지사 캠프의 김남준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사퇴 의사는 전혀 없으면서 사퇴 운운하며 쇼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진정 사퇴 의사가 있다면 언론 플레이를 하거나 기자회견을 할 것이 아니라 국회의장을 찾아가 사직서를 제출하면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했던 윤 의원의 '나는 임차인' 연설을 거론하며 "윤 의원은 당시 서민 코스프레를 했지만, 연설 직전까지 2주택 소유자였음이 밝혀졌다"며 "국민께서는 두 번 속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도부에서도 윤 의원의 '내로남불'을 꼬집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김영배 최고위원은 "임차인이라고 큰소리치던 윤희숙은 어디로 가고 경자유전 원칙 어긴 탐욕스런 집안의 딸만 있다"며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부동산 투기 의혹 의원 12명 중 절반만 탈당 권유 조치를 내린 데 대해 "면죄부를 부여했다"며 "윤희숙 일병 구하기냐"고 비꼬았다.

친문계인 신동근 의원은 "윤 의원이 의원직 사퇴를 내세우며 마치 피해자인 양 코스프레를 벌인다"며 "사퇴쇼로 물타기할 게 아니라 수사 결과로 결백을 증명하는 게 우선"이라고 일갈했다.


국민의힘 "文 비판 고도의 칼 꺾기 위한 정치적 술수"

국민의힘에선 윤 의원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만류하며 옹호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대선주자들부터 앞장섰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윤 의원의 경선후보 사퇴와 의원직 반납 모두를 반대한다. 거꾸로 윤 의원이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더 큰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적극 두둔했다.

윤 의원과 마찬가지로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인 유승민 전 의원은 윤 의원의 사퇴가 반려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정상거래를 불법투기로 둔갑시키고 이를 딸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것은 전근대적인 연좌제로, 매우 정치적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문재인 대통령도 농지법 위반을 뭉개고 있는데, 본인 일도 아닌 부모님이 하신 일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뜻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날 치러진 비전발표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정권교체와 향후의 국민을 위한 경제 정책 수립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분"이라며 "그 뜻을 거둬주시길 기대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야권에선 윤 의원을 겨냥한 이번 권익위 조사가 정치적 고려에 따른 결정이란 주장도 쏟아졌다. 윤 의원이 문재인 정권의 대표 실정인 부동산 문제를 파헤치는 데 앞장서 왔던 만큼 '윤희숙 죽이기'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성일종 의원은 "야당의 진용을 허물기 위한 정치적 책략"이라고 규정하며 "권익위와 민주당이 문재인 정권과 이재명을 공격하는 칼을 꺾기 위해 고도의 정치적 술수를 부린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태흠 의원도 "정치적 망신주기이자 마녀사냥"이라고 성토했고, 유승민 캠프 김웅 대변인은 "'나는 임차인이다' 연설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무리한 조사 결과 발표가 있었을까. 권력의 간악함을 뼈저리게 느낀다"고 했다.


윤희숙은 그래서 사퇴할 수 있나? "본회의 표결 사안"

윤 의원이 일단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마음대로 그만둘 순 없다.

국회법 제135조에 따르면 국회의원 사직은 본회의 표결 사안이다. 윤 의원이 사직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하면, 의장이 안건을 상정한 이후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사퇴가 확정된다.

국민의힘 의석은 104석으로 과반에 못 미치는 만큼, 민주당 의원들의 찬성해야 윤 의원은 의원직을 던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윤 의원이) 눈물의 사퇴회견을 했고, 사퇴의 뜻을 관철시키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지만 내 감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회의원은 당선되기도 어렵지만 사퇴하기도 어렵다"며 "이전에 수많은 국회의원들이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의원직 사퇴를 천명했지만 성공 사례는 없다"고 했다. 이어 "의원직 자진 사퇴는 국회 본회의 의결 사항으로 국회의장이 그 안건을 상정하지도 않을뿐더러 상정돼도 통과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사퇴쇼로 끝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강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