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입법 폭주'를 끝내 멈추지 않았다.
민주당은 25일 국회 법제사법위 전체회의를 열어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해도 뜨기 전인 새벽 4시, 야당 의원들은 아무도 없는 채였다. 박주민, 김남국, 김승원 등 민주당 의원들은 개정안 단독 처리 직후 주먹 인사를 나누며 활짝 웃었다.
마지막 입법 관문은 국회 본회의. 민주당은 이달 30일 본회의 처리를 예고했다. 민주당이 초강경하고 국민의힘·정의당은 무력한 상황에서, 언론개혁을 빙자한 '언론에 재갈 물리기'를 닷새 안에 중단시킬 방법은 없다.
민주당은 법사위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일부 손질했지만, 사실상 '시늉'에 그쳤다. 학계와 언론계에서 독소 조항으로 꼽는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의 골간을 그대로 뒀다. △무분별한 열람차단청구권 허용 △퇴임한 고위공무원의 손해배상 청구 허용 등 문제적 조항도 전혀 수정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25일 오후 본회의까지 열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속전속결로 통과시키려 했다. 그러나 잠시 제동이 걸렸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국회법을 들어 본회의 연기를 요구하고, 박병석 국회의장이 이를 수용하면서다.
국회법은 상임위원회가 넘긴 법안을 하루 이상 묵힌 뒤 본회의에 올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장과 여야가 '협의'를 거치면 곧바로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지만, 박 의장은 기다리는 쪽을 택했다.
다만, 시한부 멈춤이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달 30일 본회의 개최에 합의했다. 다른 민생 법안들이 대기 중이라 국민의힘은 본회의를 마냥 저지할 명분이 없었다.
민주당은 30일을 확고한 '디데이'로 설정했다. 송영길 당대표는 25일 의원총회에서 “국회의원은 허위 사실을 말해서 100만 원 이상 벌금을 받으면 의원직이 날아가는데, 왜 언론만 특혜를 받느냐”며 감정적 반응을 보였다. 송 대표가 후퇴를 택할 가능성은 없다는 뜻이다.
송 대표의 발언 자체도 팩트가 아니다.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국회의원직 상실은 해당 발언이 선거 당락을 목적으로 할 때에 한해서다. 의원들의 허위 사실 표명은 헌법상 면책 특권을 통해 광범위하게 보호받는다.
민주당의 폭주 예고에 야당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언론재갈법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고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다"며 "재갈법이 처리되지 않도록 여러 방법을 끝까지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야당, 학계, 언론단체와 시민단체까지 반대하는 법안을 홀로 밀어붙이는 민주당의 패악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에서도 뒤늦게 언론중재법 신중론이 제기돼 주목된다. 조응천, 오기형, 이용우 의원은 이날 각자 입장을 내고 시간을 두고 법안을 재검토할 것을 당 지도부에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