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선 저렴한 식품으로 통하는 캔햄의 해외 성장세가 가파르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장기저장 식품을 사재기하는 현상으로 유통기한이 긴 캔햄 수요도 늘어난 것이다. 국내산 캔햄은 육함량이 높고 맛도 좋아 집밥 문화가 확산된 해외 소비자의 입맛을 충족시켰다는 분석이다. 돼지고기 비인기 부위 처리로 골머리를 앓는 양돈농가에는 재고 해소의 기회도 되고 있다.
26일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산 캔햄 수출액은 2019년까지 연간 400만 달러(약 46억 원) 수준에서 지난해 940만 달러(약 108억 원)로 상승했다. 올 상반기에는 775만 달러(90억 원)를 기록해 연내 1,000만 달러(117억 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지난 2월에는 무역수지도 264만7,000달러로 처음 흑자 전환했다.
캔햄 수출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롯데푸드 수출량은 2018년 100톤 이하에서 2019년 347톤, 지난해 1,111톤으로 증가했다. 수출국은 싱가포르 대만 홍콩 말레이시아 필리핀 호주 칠레 멕시코 등이다. 동원F&B의 캔햄 '리챔'은 지난 5월부터 일본 판매를 시작해 3개월간 수출액 약 16억 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록다운(lockdown·봉쇄)'을 한 국가가 늘면서 장기보관이 가능한 캔햄 소비가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조사 결과 베트남은 지난 5년간(2015~2020) 육가공식품 시장이 연평균 10% 성장했다. 연평균 경제성장률의 2배에 이르는 성장률이다. 특히 국내산 캔햄은 기존에 유통되던 중국산 제품보다 육함량이 높고 식감이 좋아 가격이 비싸도 잘 팔린다. 용기 구조가 햄을 통째로 빼내기 쉬워 사용이 편리한 것도 강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동남아시아 등에서 팔리던 중국산 캔햄은 용기 안에 물이 차 있고 내용물이 부실했다"며 "한국산 캔햄은 내용물이 꽉 차 있고 식감도 좋아 집밥 문화가 부상한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중"이라고 전했다.
동원F&B의 경우 나트륨 함량을 낮춘 전략이 통했다. 건강한 식단을 추구하는 일본 소비자들을 공략해 짜지 않으면서도 돼지고기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K푸드 열풍에 맞춰 컵밥, 김치찌개 등 캔햄이 들어간 한국음식을 소개한 마케팅도 주효했다.
캔햄 수출 증가는 양돈농가의 골칫거리인 뒷다리살 소비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전망이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뒷다리살 재고는 1만7,410톤으로 전년 동기간 대비 39% 늘었다. 롯데푸드는 올해 3월 돼지 뒷다리살로 만든 'K로스팜'의 수출형 모델로 싱가포르 수출길을 열었다. 앞으로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와 협업해 뒷다리살 사용을 더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푸드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으로 국내산 돈육 가공품 수출길이 끊어진 필리핀에도 도전장을 던진다. 이달부터 돼지고기 대신 계육으로 만든 '런천미트'로 수출액을 연간 약 300만 달러(36억 원)까지 키울 계획이다. 동원F&B는 내년까지 일본 수출액을 100억 원으로 끌어올리고 미국 시장도 공략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도 냉장햄, 소시지보다 유통기한이 길고 보관이 간편한 캔햄은 수출 확대에 용이한 아이템"이라며 "올해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정부 차원의 행정지원도 이뤄지는 만큼 수출 규모는 더 가파르게 올라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