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군 개혁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된 민관군 합동위원회 위원 6명이 사퇴했다. 출범 두 달 만에 벌써 12명이 위원직을 던진 것이다. 이번에 사퇴한 이들은 위원회가 제시한 군 인권 개선책을 국방부가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강태경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등 합동위 위원 6명은 25일 입장문을 내고 "국방부는 개혁의 주체가 될 의지가 없으며, 군은 구태의연한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국방부의 문제점으로 △평시 군사법원 폐지를 반대하는 점 △군인권보호관 설치에 소극적인 점 △연이은 성추행 피해자 사망 사건 발생에도 폐쇄적·방어적 태도로 일관하는 점을 꼽았다.
이들에 따르면 합동위 내 군사법제도개선 분과는 숙의 끝에 '평시 군사법원 폐지안'을 이날 열릴 전체회의에 상정하기로 의결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지난 2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해당 분과가 △평시 군사법원 폐지에 따른 우려사항을 검토하고 △국방부 입장 등 다양한 의견을 논의했다면서 폐지안을 의결한 사실은 보고하지 않았다. 국방부는 위원회와 달리 '평시 군사법원 폐지 반대'를 공식 의견으로 삼고 있다.
위원들은 또 국방부가 군인권보호관 설치를 두고도 국회 입법 논의 과정에서 위원회의 설치 권고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17일 해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 사건 발생에 따라 합동위가 소집한 긴급 회의에 국방부 장관 등은 출석하지 않았고 출석자들도 대부분 질문을 회피했다"고 했다.
이들은 "국방부는 개혁의 주체가 아닌 대상"이라며 "군 수뇌부는 여전히 장병의 생명과 인권에 무감하며, 조직 보위와 보신에만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위원직 사퇴 후 군을 개혁하고 장병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더 나은 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합동위는 "민간도 참여하는 병영문화 개선 기구를 설치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올해 6월 28일 민관군 위원 80여 명이 참여해 출범했다. 군이 병영문화 개선을 위해 민관군 합동기구를 꾸린 것은 2014년 이른바 '윤일병 폭행사건' 이후 7년 만으로, 이번 위원회엔 성폭력 및 군 사법제도 개선 관련 분과가 설치돼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평시 군사법원 폐지에 대한 국방부의 '왜곡 보고'에 반발해 지난 22일 해당 분과 소속 위원 2명이 사퇴하는 등 이달 17~22일 위원 6명이 연이어 물러나면서 진통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