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언론재갈법'이라며 강행 처리에 나선 더불어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법안이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된 과정에 대해서도 "날치기"라고 성토했다. 민주당은 야당의 반발에도 '8월 임시국회(25일 본회의) 내 처리' 방침을 굽히지 않으면서 회의 내내 전운이 감돌았다.
이날 회의에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외에 사립학교법, 탄소중립기본법 등 각 상임위에서 민주당이 단독 의결한 법안들이 상정됐다. 야당 의원들은 회의가 시작하자마자 "민주당이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법안을 상정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간사인 윤한홍 의원은 "간사 간 합의가 되지 않았다. 날치기 처리"라고 지적하자, 민주당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직접 만나고 통화도 해서 저는 합의가 된 것으로 인식했다"고 맞섰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이던 시절 '취재원 보호법'이 발의됐다. 당시 '권력을 비판하다 소송을 당한 언론인은 당 차원에서 지원하겠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야당 시절 '언론 보호'를 외치다 집권 이후 태도가 돌변했다고 꼬집은 것이다. 또 문 대통령이 한국기자협회 창립 57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둥"이라고 한 사실을 들어 "'언론재갈법'에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 것은 전형적인 유체이탈"이라고 비판했다.
야당 의원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 간 고성을 주고받는 장면도 연출됐다. 친문재인계 인사인 박 장관에게 언론중재법 질의가 집중되면서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당시 박 장관이 민주당 내 대책팀장을 맡은 사실을 거론하며 "언론을 지원하겠다며 피해 신고센터까지 만들 정도이던 민주당이 자신들을 향한 비판이 정당하지 않다면 해명하면 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박 장관은 "그때 그 뉴스는 가짜뉴스가 아니다. 당시 적절한 대책을 세웠다면 국정농단을 막을 수 있었다"며 "지금과 당시가 다르다는 것을 법사위원장이던 권 의원은 너무 잘 알지 않느냐"고 했다. 이에 권 의원이 "대체 어디서 훈수냐"며 "묻지도 않은 걸 건방지게 답변하고 있느냐"고 소리쳤고, 박 장관도 "건방지게가 뭐냐"며 소리를 지르며 지지 않았다.
이날 충돌은 예고된 것이었다. 회의 시작 전부터 국민의힘 의원 40여 명은 법사위 회의장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헌법을 무시하고 '언론재갈법'을 법사위에서 통과시킨다면 오늘은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붕괴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8개 언론단체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민주당이 협치의 정신을 깨고 7개 상임위 준 것을 빌미 삼아 졸속 입법할지 몰랐다"며 "여당의 양면성에 치를 떨게 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