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과일 가격이 무섭게 올랐다. 통상 추석 전 햇과일이 출하돼 가격이 안정됐는데 올해는 폭염에 이어 가을장마와 태풍까지 변수로 부상했다. 과일값이 잡히지 않을 가능성이 커져 라면과 과자 등 줄인상에 이어 서민의 시름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달 20일 기준 배 10개의 소비자 가격은 5만1,469원으로 1년 전(3만4,953원)보다 47% 상승했다. 사과(후지) 10개 값도 3만256원으로 지난해(2만6,485원) 대비 14% 뛰었다. 복숭아(백도) 10개 값은 작년 1만6,496원에서 38%나 오른 2만2,738원이다.
상승세도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초부터 5만 원을 웃돌기 시작한 배 10개 가격은 여전히 그대로다. 사과도 올해 초 3만 원대로 올라선 뒤 한 번도 떨어지지 않았다.
과일 가격이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건 출하량 자체가 적어서다. 지난해 54일간 이어진 장마와 9월 태풍 등으로 과일 작황이 나빴던 게 올해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수요는 늘어나는데 비축량이 적어 시장에 나오는 물량이 부족하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올해는 폭염으로 인해 농산물 재배가 차질을 빚어 생산자물가지수도 역대 최고다. 한국은행이 지난 20일 발표한 '2021년 7월 생산자물가지수'는 9개월 연속 상승세다. 생산자물가가 보통 한 달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 소비자물가가 부쩍 오를 가능성이 크다. 물가 인상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예년보다 이른 이달 말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농산물 중 과일 작황이 아직까지 작년보다 나은 건 그나마 다행이다. 올여름 최고기온이 33도를 넘는 폭염이 10일 넘게 지속됐고 열대야가 15일 이상 나타났지만 열과(수분 부족으로 과일이 갈라지는 현상)와 일소(타들어가는 현상) 피해는 크지 않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우려했던 것보다 폭염 피해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달 사과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9% 늘었고 배는 11%, 복숭아도 4% 정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변수는 가을장마와 태풍이다. 지금은 과일 열매가 커지는 비대기인데, 열매가 떨어져버리는 낙과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과수업계 관계자는 “가을장마에 태풍 오마이스까지 오고 있어 햇과일 출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정부가 비축량을 풀어도 과일값은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햇과일 출하와 동시에 추석 선물세트를 준비해야 하는 유통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태풍으로 인한 낙과 피해가 크면 선물용인 ‘대과’ 확보가 어려워져 가격이 오를 수 있다”며 “일교차가 커야 비대기에 있는 과일 당도가 올라가는데 일교차도 크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