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또 다른 대권주자와 지도부가 맞붙었다.
대선 경선 내분을 수습하는 차원에서 이준석 대표가 공개사과까지 했지만, 갈등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국민의힘 얘기다.
새로운 전선은 김재원 최고위원과 대권주자 홍준표 의원 사이에 만들어졌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친(親)박 핵심인사 김 최고위원과 비(非)박의 대표 주자였던 홍 의원은 껄끄러운 사이를 이어 왔다.
싸움의 빌미를 제공한 건 김 최고위원이다.
김 최고위원은 21일 정봉주 전 의원과 함께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봉원반점'에 출연해 '홍 의원과 손잡을 생각이 없나'라는 질문에 "없다. 싫다. 당선 가능성이 별로인 것 같다"고 답했다. '홍 의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이길 것 같다'는 예측에는 "그러면 큰일 난다"라고도 했다.
홍 의원을 향한 김 최고위원의 공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달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홍 의원을 향해 "재미있게 말하는 건 좋은데 오죽하면 인터넷에서 '홍감탱이'란 말을 많이 하겠느냐"라며 "시대에 뒤떨어진 말을 하지 말고 조금 더 세련되게 하면 좋겠다"고 지적한 바 있다.
홍 의원은 발끈했다. 그는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진박(박근혜) 감별사로 나라와 박근혜 정권을 망친 사람이 진윤(윤석열) 감별사로 등장해 당을 수렁에 빠뜨리고 새털처럼 가벼운 입으로 야당을 농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최고위원은) 국회의원 낙선했을 때, 그때 사라졌어야 했다. 이제 그만 정계에서 사라졌으면 한다"고 최고위원직 사퇴와 정계 은퇴를 촉구했다.
홍 의원 캠프의 여명 대변인도 별도 논평에서 "홍준표가 치고 올라가니 불안하긴 불안한 모양"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정무수석으로서 힘들게 사수한 보수 정권을 망친 장본인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정계에 얼쩡거린다는 것이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이날 한국사회연구소(KSOI)가 발표한 범보수권 적합도 조사에서 처음으로 20%대에 진입, 28.4%를 기록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한 자릿수 격차로 추격했다.
김 최고위원 비판엔 유승민 캠프도 가세했다.
유승민 전 의원 캠프는 김 최고위원을 향해 "봉원반점서 또 낮술을 드셨는지 독언(毒言)이 심하다"고 날을 세웠다.
이기인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당 대선주자를 공격하는 건 명백한 해당행위, 이적행위라더니 이젠 아무 거리낌없이 본인이 나서서 우리 당 대선주자를 공격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제 눈의 들보는 못 보는 김재원 최고위원의 내로남불이 안타깝다. '어른을 모셔와서 앉혀놓고 호통을 듣더라도 훨씬 낫겠다'며 은근히 비대위 뉘앙스를 풍기는 망언도 그렇다"며 "작금의 행동은 최고가 아니라 최악"이라고 직격했다.
김 최고위원이 윤석열 전 총장 편을 들며 이준석 대표 흔들기에 나서는 한편 경선의 공정성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깔려 있다.
한편 김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홍준표 의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이기면 큰일 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논란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제가 당 지도부의 일원이기 때문에 홍준표 후보와 손잡으라는 내용에 대해 '그러면 안 된다. 큰일 난다'고 대답하면서, '중립성 시비가 있게 되면 당선 가능성도 없어진다'는 취지로 '그러면 당선 가능성 별로예요'라고 말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이 있으니 해당 부분이 포함된 동영상은 비공개 처리했고, 제작사에 해당 부분 삭제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현재 해당 발언이 나오는 영상은 유튜브 채널에서 보이지 않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