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넘게 지속중인 ‘머지 런(머지포인트+뱅크런)’ 사태가 이용자들의 집단소송까지 예고되면서 법정공방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포인트 충전 시 이용자에게 20%가량의 파격적인 할인 혜택으로 인기를 끌었던 ‘머지포인트’ 서비스는 현재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용자들은 머지포인트에 충전한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불안해하고 있다. 이에 대해 머지포인트의 운영사 머지플러스 권남희 대표는 20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준비가 부족했고 종합적인 판단도 부족했다”며 머리부터 숙였다. 하지만 “사기극이 아니다”고 밝힌 권 대표는 “4개월 내 복구하겠다”고 주장했다.
머지포인트 서비스 중단은 “머지는 전자금융거래법상 ‘미등록’ 업체다”고 판단한 금융감독원의 지적이 나오면서 빚어졌다. 전금법은 △2개 이상의 다양한 업종에서 사용되는 선불 수단이고 △발행 잔액이 30억 원 이상이면 등록을 의무화하고 있다. 권 대표는 전금법에 대한 준비가 미흡했다고 인정했다. 머지는 2018년부터 3년간 전자상거래(e커머스) 플랫폼에서 머지 머니를 상품권으로 판매했기 때문에 상품권업에 해당한다고 봤다는 것이다.
권 대표는 머지가 현행 전금법에 적용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머지는 ‘모바일 상품권 커머스 플랫폼’이고, 상품권 인프라를 결제망으로 이용 중이다 보니, 전금업 대상이 아니라는 법률 자문을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권 대표는 “금감원과도 2월부터 이야기를 해왔고, 6월에는 재무제표를 제출하려 했으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보완하고 있었던 상태였다”며 “이용자의 충전액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보증보험도 있었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향후 사태 수습에 대해 “4개월 내 머지포인트 복구 절차와 환불 서비스를 병행하겠다”라며 “우선은 서비스 정상화가 최우선이다"고 전했다. 이어 “보유현금 모두를 환불에만 집중시킨다면 펀드 레이징을 할 수 없어 고객 모두에게 엄청난 손실을 끼치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환불 계획과 진행 상황은 제시하지 못했다. 매각과 전략투자 등 여러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20일 기준 환불은 11차까지 진행됐다. 머지는 가맹점과 매달 익일 10일에 정산을 해왔는데, 점주들의 불안을 우려해 19일 중간 선정산도 진행했다고 밝혔다.
논란을 불러일으킨 수입차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현재 머지플러스는 BMW Z4 중고차(취득가 3,650만 원), BMW 미니컨트리밴 중고차(취득가 2,500만 원), BMW 320d 중고차(취득가 2,000만 원) 총 3대를 리스로 사용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펜트하우스는 본사 이전 전 오피스 용도로 썼다고 했다.
권 대표는 “오픈카 형태라 경영진이 사용했다는 의심을 받는데, 직원용 외근 차량 ”이라며 “스타트업이다보니 많은 월급을 줄 수 없어 직원들 복지를 신경쓰려 했다. 사전 신청해 사용하는 공용 차”라고 해명했다. 근무 만족도를 위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당기순손실 135억 원 등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도 값비싼 고가의 수입차를 3대씩 대여한 점에 대해서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자본잠식 상태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다만 쿠팡, 마켓컬리처럼 ‘계획된 적자’였고, 다음 사업으로 출구전략도 찾을 계획이었다는 게 권 대표의 설명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 현재 머지는 어떤 상태인가
“금감원 권고에 따라 음식점업에서만 머지머니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현재는 대부분 제휴를 중단한 상태라 로컬 가맹점 250여 곳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 수익 구조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사업 모델을 함께 봐야 한다. 1단계는 모바일 식권 서비스, 2단계로 머지 머니로 대표되는 모바일 상품권을 판매했고 여기서 멈춰선 상태다. 3단계에선 구독료를 받아 간편 결제 형태로 카드에 연결하는 머지 플러스 모델, 4단계로 머지 페이를 준비 중이었다. 장기적으로 보면, 플랫폼을 토대로 한 구독 모델 서비스였던 셈이다.”
- 상품권 구독 모델을 만들려고 했다는 뜻인가
“상품권은 2단계일 뿐이다. 장기적으로는 플랫폼을 통해 단골손님을 유치하는 ‘매치 메이커’ 역할을 하려고 했다. 가게에서도 단골손님에게는 가격선이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 음식을 할인해 팔 수 있다고 했다. 머지가 상품권, 페이 등 매개체 삼아 가격 포지셔닝을 하려고 했다. 우리는 소비자로부터 구독료를 받고, 소비자는 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고, 가게는 수익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 머지머니(상품권)의 경우 20%나 할인해주는데, 적자 아닌가
“페이드아웃될 서비스이긴 했다. 하지만 적자가 큰 상태는 아니었다. 손실률은 점점 낮아졌다. 머지 머니는 이용자 확대를 위한 수단이었고, 이를 토대로 향후 이용자들을 머지플러스 구독자로 전환시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어내겠다는 계획이었다.”
- 자본금은 30억3,000만 원뿐이지 않았나. 자본잠식상태로 보인다
“맞다. 하지만 계획된 적자였다. 최근 투자 유치도 진행 중이었고, 이를 토대로 머지플러스를 출구 전략으로 삼으려고 했는데, 가지 못했다.”
- 환불 자금은 충분한가. 누적 적자가 700억 원이라고 하는데
“이 700억 원은 4년간 고객에게 혜택으로 돌아간 20%가 장부에 부채로 잡혀 있는 형태다. 방만한 경영이 아니었다. 현재 보유현금 및 유동 채권은 은행의 지급준비금 기준 3배 수준이다.”
- ‘머지 런’ 사태가 왜 일어났다고 보는가
“준비가 부족했고, 종합적인 판단도 부족했다. ‘전금업 등록을 하지 않은 채 선불전자지급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금감원의 유권해석을 바로 고객사에 알리며 프랜차이즈 제휴가 끊어졌다. 서비스가 타격을 입는 부메랑 효과를 생각하지 못했다.”
- 전금업 등록 준비는 안 했나
“하고 있었다. 내부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전금업 등록을 고민했다. 전금업 기본 등록 요건인 자본금 30억 원 이상 보유 등 물적·인적 요건도 준비하고 있었다. 법률 자문도 받았는데, 현 단계는 ‘모바일 상품권 커머스 플랫폼’으로 볼 수 있고 상품권 인프라를 결제망으로 이용 중이라 전금업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머지페이 등 미래사업모델을 고려해 등록이 필요하다는 게 최종 판단이었다. 금감원에도 올해 초부터 자문을 구했지만, 혼란스러워 했다.”
- 금융감독원은 머지가 재무제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니다. 전금업 등록을 준비하며 문의했고, 6월에 제출하려 했다. 다만 요건 사항을 맞추지 못해 보완 중이었다.”
-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고의성이 전혀 없기 때문에 성실하게 입증할 수 있다.”
- 이용자들은 집단 소송까지 준비하는데
“경영적 판단이 미숙했다.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죄송하다. 죽을힘을 다해서 하루 빨리 정상화시키겠다. 매각, 전략투자 등 모두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