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정부가 탈레반이 장악한 조국을 탈출하는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다른 나라가 고민하는 사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18일 라플러 등에 따르면 해리 로케 대통령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필리핀은 박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고국을 떠나는 개인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일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필리핀은 (아프간에서 오는) 망명 신청자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도주의 정신으로 난민을 받아들인 필리핀의 역사를 소개했다. 해리 로케 대변인은 "필리핀은 1922년 사회주의혁명에서 도망친 러시아인 800명을 받아들였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엔 나치 압제에 시달렸던 유럽의 유대인들에게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스라엘의 홀로코스트 기념공원은 필리핀과 마누엘 L. 케손 전 필리핀 대통령을 기리고 있다.
해리 로케 대변인은 "필리핀은 난민 협약 이전에도 망명 신청자를 환영하는 법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탈레반이 이끄는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인정할지는 외교부가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필리핀 법무부는 아프간 난민 수용 절차를 설명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가 난민 지위를 인정하고 필리핀에 임시 거처가 필요하면 긴급 환승 절차를 마련하고, 아프간 국민이 필리핀에 도착해 영구적인 난민 지위를 신청하면 국제 기준에 따라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필리핀 정부는 특히 탈레반 통치하에 놓인 여성들의 자유와 인권 침해를 우려했다.
영국 정부도 전날(현지시간) 여성 등 우선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는 난민 5,000명 등 최대 2만 명의 아프간 난민을 수용하는 ‘아프간 재정착 계획’을 발표했다고 외신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