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원희룡 갈등에 '두쪽' 난 국민의힘 온라인 여론

입력
2021.08.19 08:00
이 대표 겨냥 "본인이 후보자인 줄 착각...탄핵" 주장에
"이준석 없으면 2030지지 사라져 윤석열 필패" 반박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한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녹취 공방'이 벌어지는 가운데 온라인의 국민의힘 지지 여론도 양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18일 국민의힘 홈페이지에 있는 '발언대'를 보면 이 대표와 그의 지지를 받는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을 비판하는 글들이 다수 올라와 있다. 일부는 '이준석 탄핵'을 거론하기도 했다.

한 지지자는 "이준석은 국민의힘 정체성과 맞지 않은데 그가 당대표가 된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고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며 "당대표에 의해 대통령이 만들어진다는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지지자는 이 대표가 원 전 지사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해 발언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는 '저거 금방 정리된다'라는 발언을 문제 삼으며 "후보자들끼리 잡아먹어서 몸집을 키워야 하는데, 당대표가 먼저 후보자를 잡아먹고 있다. 본인이 후보자인 줄 착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원 전 지사와 이 대표는 두 사람 간 통화 도중 이 대표가 말한 "저거 금방 정리된다"의 '저거'를 놓고 엇갈린 해석을 내놓고 있는데, 원 전 지사는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을 지칭했다고 봤고, 이 대표는 경선 갈등 국면이 정리된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이 대표는 해당 대화 과정에서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감소하는 반면 원 전 지사의 지지는 오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이 내용을 근거로, 이 대표가 유승민·하태경 등 바른미래당 출신 후보를 밀기 위해 윤 전 총장을 몰아세우고 있다는 음모론을 폈으며, 이 대표를 옹호한 홍준표 의원 또한 도마에 올렸다.



반면 상대적으로 젊은층이 이용하는 '남초(남성 이용자가 많다는 의미)' 커뮤니티 일각에선 이 대표 지지 성향이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 장소가 평소 이준석 대표도 참고한다고 알려져 있는 '에펨코리아'다. 이 사이트의 회원들은 "원 전 지사가 존재감을 얻기 위해 이준석을 이용했다" "윤석열에 붙어서 차차기를 노리는 것처럼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홈페이지 게시판에서도 소수나마 이 대표를 옹호하는 주장이 간헐적으로 올라왔다. 이들의 주된 논리는 "이 대표를 버리겠다고 하면 2030은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런 성향을 드러낸 한 지지자는 "강경투쟁하고 보수 유튜버에 의존한 지난 총선의 결과가 떠오르지 않느냐"며 "이준석 없는 윤석열 카드는 필패"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 지지자와 비판자 사이에는 감정과 비아냥이 섞인 상호 비방도 오가고 있다. 스스로를 중립 성향으로 제시한 한 지지자는 "게시판을 보고 있으면 화가 난다. 이렇게 되면 누가 득을 보겠는가"라며 "단결해 하나의 모습을 보여도 이길지 모르는데 도대체 이게 무엇인가"라고 한탄했다.

인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