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히딘 야신 말레이시아 총리가 16일 스스로 물러났다. 취임 초기부터 정치적 기반이 약했던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실패라는 직격탄까지 맞았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무히딘 총리는 이날 낮 말레이시아 왕궁을 방문해 압둘라 국왕에게 사의를 밝혔다. 사의 일정은 이미 전날 현지 매체에 보도된 바 있다. 지난해 3월 1일 취임한 지 17개월여 만이다. 다만 왕궁은 "신임 총리 임명 전까지 무히딘에게 임시 총리를 맡겼다"고 발표했다.
무히딘 총리의 집권은 어부지리 성격이 강했다. 지난해 2월 24일 마하티르 모하맛 당시 총리는 정치 갈등이 심해지자 자신에 대한 의회 지지가 두터워 국왕의 재신임을 받을 것이라는 정치적 계산 아래 총리직을 전격 사임했다. 그러나 국왕은 무히딘을 새 총리로 임명했다. 마하티르 전 총리 등이 정치 공세를 이어가면서 말레이시아 정국은 줄곧 요동쳤다.
공교롭게도 무히딘 총리를 끌어내린 건 코로나19 사태다. 무히딘 총리는 국왕 동의로 올해 1월부터 '코로나 비상 사태'를 선포하고 5월부터 봉쇄 조치를 이어갔으나, 지난달 말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100만 명을 넘어가고 이달 들어 일일 감염자가 2만 명을 넘어가자 민심을 잃었다. 곳곳에서 총리 퇴진 흑기(黑旗) 운동이 벌어졌다. 야당의 공세가 심해지고 연정의 핵심 동맹인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이 지지를 철회한 데다 국왕의 신임마저 잃었다.
말레이시아는 코로나19 사태에 이어 정치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헌법상 국왕이 의회 신임을 받는 새 지도자를 임명할 수 있으나 현재 의회 과반수 지지를 받는 마땅한 인물이 없다. 이 와중에 마하티르 전 총리는 경제 및 보건 위기 해결을 위해 국가복구위원회 구성을 촉구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