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재집권, 테러 세력 확산 국제사회 주시해야

입력
2021.08.1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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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전쟁이 20년 만에 종식됐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은 15일 수도 카불을 장악하고 “전쟁은 끝났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대통령궁에는 탈레반기(旗)가 게양됐고, 미 대사관에선 성조기가 내려졌다. 2001년 9·11사태 한 달 뒤 미군의 탈레반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은 탈레반의 재장악으로 끝이 났다.

예견되긴 했지만 탈레반이 파죽지세로 아프간을 장악한 모습에 세계는 경악하고 있다. 무엇보다 아프간 친미 정권은 무능했고 군은 오합지졸에 불과했다. 국민들이 이런 정부를 지지할 리도 없었다. 결국 30만 정부군은 8만의 탈레반에 백기투항했고,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해외로 도피했다. 자위력을 포기하고 외국에 의존하는 정권의 말로를 보여준 생생한 사례다.

아프간 정부의 붕괴는 20년간 2조 달러 이상 쏟아부은 미국의 실패이기도 하다. 미군 주둔을 연장해도 상황 변경은 어려웠지만 바이든 정부의 오판도 사태를 키웠다. 바이든 대통령은 5주 전까지 “제2의 베트남 사태는 없다”고 장담했으나, 예상 밖의 카불 함락에 미군 헬기가 현지 대사관 상공을 오가며 직원들을 긴급 대피시켜야 했다. 여기에 시민들이 공포에 휩싸여 공항으로 달려가고 총격소리가 끊이지 않는 카불의 혼돈은 1975년 ‘사이공 탈출’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탈레반의 재등장은 국제 정세에도 불안 요인이다. 특히 탈레반이 벌써 수감된 알카에다 고위인사 등을 석방하면서 테러단체들이 급속히 세력을 확장할 우려가 커졌다.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들로선 아연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은 아프간을 일대일로(一帶一路) 거점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나,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이슬람 세력이 자극받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우리 당국 역시 이런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현지 공관원과 재외국민의 안전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대사관을 잠정 폐쇄하고 일부를 제외한 공관원들은 제3국으로 철수시킨 상태이긴 하나, 한국 기관에 근무한 현지인들의 안전에도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