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아프간인들이 두려워하는 악몽이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평화를 위해 40년을 찾아 헤맨 사람들을 버릴 수 없습니다. 아프간 여성들에게 다시 문을 잠그고 커튼을 쳐야 하는 고통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할레드 호세이니)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전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15일, 아프가니스탄 출신 유명 인사들이 잇따라 우려의 목소리를 내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호소하고 나섰다.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미국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는 15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탈레반 점령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1965년 카불에서 태어난 호세이니는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1980년 미국으로 망명했다. 이후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적인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소설 ‘연을 쫓는 아이’(2003)와 '천 개의 찬란한 태양(2007)을 통해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호세이니는 무장한 탈레반 대원들이 아프가니스탄 헤라트 지역에 입성하는 사진을 올린 뒤 “일부는 탈레반이 바뀌었다고 말하지만, 이 이미지들은 1997년에 촬영되었을 수도 있다”며 탈레반의 평화적 정권 교체에 불신을 드러냈다.
호세이니는 “우리는 역사에서 서서히 죽어갈 것”이라고 말하며 눈물 흘리는 아프가니스탄 소녀의 동영상을 공유하면서 "아프가니스탄 여성들과 소녀들은 버려졌다. 그들의 꿈과 희망, 20년간 싸워온 권리는?”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호세이니의 소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이 탈레반 집권기 피폐해진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삶에 주목한 작품인 만큼, 이번 탈레반의 재집권으로 여성 인권이 또다시 퇴보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연소 노벨상 수상자인 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 역시 이날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는 것을 완전한 충격 속에 지켜보고 있다”며 “여성, 소수자, 인권운동가들의 안위가 걱정된다”고 썼다. 이어 “전 세계와 지역의 관계자들은 즉각 휴전을 요구하고 긴급한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며 난민과 민간인을 보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파키스탄 북부 스와트 출신인 유사프자이는 여성 교육을 금지하는 탈레반에 맞서다가 2012년 하굣길에 탈레반 무장대원으로부터 습격을 당했다. 이후 영국으로 거처를 옮겨 여성과 어린이의 교육권을 옹호하는 인권 운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영화 감독이자 여성 최초의 아프간영화기구 사무총장인 사라 카리미는 탈레반의 카불 진입 이후 도시 상황을 담은 영상을 꾸준히 트위터에 게재하며 현지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는 가장 최근 게시한 영상에 직접 출연해 “그들이 우리를 죽이러 오고 있다”며 “전 세계인들은 침묵하지 말아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카리미는 앞서 장문의 입장문을 통해 “영화감독으로서 열심히 쌓아 올리려고 했던 모든 것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며 “탈레반이 장악하여 모든 예술을 금지하면 그렇게 될 것”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을 세계가 알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