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집회 강행했지만... 경찰에 '원천 봉쇄'

입력
2021.08.14 10:59
펜스・차벽에 광화문 진입부터 못 해
시위자, 안전 구역으로 들어 옮겨져

광복절 연휴 첫날 오전 서울 도심에서 보수단체의 집회・시위가 시작됐지만 진입로를 봉쇄한 경찰에 금세 가로막혔다. 시위를 하려던 남성이 경찰에 의해 들어 옮겨지는 등 충돌도 빚어졌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이끄는 국민혁명당은 14일 오전 6시부터 서울역을 출발해 광화문 일대를 도는 '문재인 탄핵 8·15 1,000만 1인 걷기 운동' 행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경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을 고려해 도심 진입을 막아둬 이들은 광화문 광장으로 들어서지 못했다.

집회를 강행하려는 시민들과 경찰 간의 충돌도 빚어졌다. 오전 8시 40분쯤 성조기·태극기와 집회 용품을 동화면세점 방향으로 옮기려던 한 남성이 경찰과 실랑이했다. 경찰은 이 남성을 단체로 들어 올려 안전 구역으로 옮겼다. 시청역 주변에서는 국민혁명당 측 참가자로 추정되는 시민들이 경찰에 제지 당한 뒤 거세게 항의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국민혁명당은 오전 9시 기자회견을 하려던 동화면세점 앞까지 경찰에 막히자 주변으로 자리를 옮겨 행사를 강행했다. 이들은 "경찰이 인도를 막고 지하철역 출입구를 봉쇄해 국민의 자유로운 통행을 차단했다"며 "문재인 대통령, 김부겸 국무총리, 오세훈 서울시장, 김창룡 경찰청장을 상대로 국가배상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전광훈 목사는 이날 유튜브 방송 일정 등을 이유로 행사에 불참했다.

경찰은 이날 광화문 사거리 주변에 차벽과 안전 펜스를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한강의 주요 다리와 도심 등 81곳에는 임시 검문소를 운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방송장비, 무대장치를 실은 차량을 위주로 검문하고 있다"고 했다.

진보 성향 단체들이 모인 '광복 76주년 한반도 자주평화통일을 위한 8·15 대회 추진위원회'(추진위)도 이날 전국 곳곳에서 시위를 벌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오후 4시부터 서울역, 서대문역, 충정로역 일대에서 참가 인원 200여명 규모의 '한미전쟁연습 중단 1인 시위'를 진행한다.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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