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파죽지세... 美 "대사관 인원 축소·병력 3000명 우선 배치"

입력
2021.08.13 08:04
주아프간 美대사관 "민간인, 아프간 떠나라" 촉구
탈레반, 아프간 제3도시 헤라트 장악... 카불 목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주재 대사관 직원을 감축한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간 장악 지역을 급속도로 확장하는 가운데 나온 결정이다. 아프간에 체류 중인 미국민들에게도 즉각 아프간을 떠나라고 촉구하는가 하면, 대사관 직원을 안전하게 이동시키기 위해 병력 3,000명을 일시적으로 아프간에 배치하기로 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2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탈레반 군사 교전의 속도가 빨라지고 그 결과로 아프간의 폭력과 불안정성이 증대하는 것은 큰 우려 사항”이라며 “우리는 안보 상황에 맞춰 (수도인) 카불에서 민간인 수를 추가로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또, 수주 내에 대사관 직원 규모를 핵심 외교 인력 수준으로 감축할 것으로 예상한다고도 말했다. 다만 대사관 인력 축소에 대해 그는 “이것은 완전한 대피가 아니다. 계획과 비상계획 사이에는 매우 중요한 차이가 있다”며 “우리 대사관은 열려 있고 외교 임무는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아프간에 병력을 우선 배치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커비 대변인은 “미 대사관 민간인 대피를 지원하기 위해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 3개 대대 병력 3,000명을 24시간에서 48시간 내에 파견할 것”이라며 이 중 2개 대대는 미 해병대, 1개 대대는 미 육군이라고 설명했다. 3개 대대 모두 중동에 주둔 중인 미군 중부사령부 소속이다. 국방부는 또, 특별이민비자 신청자 처리를 지원하기 위해 미 육군과 공군 1,000여 명을 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쟁 중 미군을 도왔던 아프간인들을 위해서다.

커비 대변인은 아울러 “현재 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최종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며 “초기 지원군이 며칠 내 카타르에 도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임무는 민간인 이동을 보호하기 위한 일시적인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그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8월 말까지 미군 철수를 완료하길 바라고 있다”며 당초 목표한 철군 완료 시점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아프간 미국 대사관도 경고 메시지를 발신했다. 대사관은 이날 홈페이지에 게시물을 올려 “치안상황과 적은 인원을 감안할 때 카불 시내를 포함한 아프간 각지에서 미 국민을 지원하고 도울 수 있는 대사관의 능력이 극히 제한됐다”며 “이용 가능한 민간 항공기를 이용해 당장 아프간을 떠날 것을 강력히 당부한다”고 밝혔다. 전날 미국의 한 당국자는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현재로선 미군이 90일 이내에 수도(카불)가 함락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고, 또 다른 당국자도 “한 달 내에 이 일(카불 함락)이 생길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미국 정부의 이 같은 행보는 탈레반의 세력 확장과 큰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다. 이달 말 미군 철수 완료를 목전에 두고 탈레반은 대규모 공격을 통해 급속히 세력을 확대 중이다. 이에 따라 아프간 치안 상황도 극도로 악화하고 있다. 탈레반은 수도 카불에서 150㎞도 채 떨어지지 않은 가즈니주((州))의 주도 가즈니를 추가 점령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탈레반이 이날 아프간 제3도시 헤라트도 장악한 뒤 카불 쪽으로 진군하고 있다고 전했다. 탈레반은 현재 아프간 34개 주 가운데 3분의 1이 넘는 12곳을 점령한 상태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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