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변이 확산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2,000명대를 넘기면서 방역체계 자체가 전면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쏟아지고 있다. 전체 사회 구성원과 의료진들에게 엄청난 희생을 요구하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검사·추적·치료라는 3T 전략을 언제까지나 유지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정부는 "방역체계 전환은 없다"고 공식적으로 선을 그었다. 감염병에 가장 취약한 고위험군에 대한 백신 접종이 완료되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고위험군 백신 접종 완료 시기를 감안하면, 방역체계 전환은 이르면 9월 20일 추석 즈음이 아닐까라는 관측이 나온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12일 코로나19 방역체계를 확진자 수 위주에서 치명률 위주로 전환하자는 주장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손 반장은 "총 확진자 규모가 증가하고 예방접종률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확진자 총 규모는 중환자 발생 수와 연동된다"며 "의료체계 가용능력에서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확진자 수에서 중증환자나 사망자 수 중심으로 방역지침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수준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확진자 수 대신 위중증이나 사망자 수를 기준으로 방역체계를 바꾸는 이른바 '패러다임 시프트'를 할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방역당국의 이 같은 판단은 일단 하루 확진자 수가 너무 많다는 데서 나왔다. 델타 변이 확산에 휴가철이 겹치면서 하루 확진자 수가 1,000명대에서 2,000명대로 불어나 있는 상황이다. 확진자가 불어나면 곧 중증환자도 증가한다. 치명률이 줄었다고 해도 이들에 대한 대응책은 필요하다.
거기다 백신 접종률, 특히 고위험군에 대한 백신 접종 완료 비율은 16%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도 문제다. 고령자들은 감염병에 가장 취약하다. 이는 60세 이상 고령자들에 대한 1차 접종의 대부분이 1, 2차 접종 간격이 12주에 이르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다보니 생긴 문제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들에 대한 2차 접종이 이날부터 시작됐고, 9월 초쯤 마무리된다는 것이다. 이들 접종 대상자는 모두 810만 명 정도 규모가 되는데, 이들 2차 접종이 마무리되면 2차 접종 완료율 또한 30%대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방역당국은 또 60세 이상 고령자 가운데 백신을 접종하지 못했던 이들에 대한 백신 1차 접종을 지난 5일 시작했다. 이들이 맞을 백신도 AZ 백신인데 방역당국은 이 대상자들에 대한 1, 2차 접종 간격을 12주에서 8주로 줄였다. 이들에 대한 2차 접종도 9월 중순까지는 마무리 짓겠다는 얘기다.
비록 모더나 백신 수급 문제로 출렁이긴 했지만 7월 말부터 50대에 대한 백신 접종도 진행 중이다. 이들에 대한 1차 접종은 8월 말까지 마무리될 예정이고, 2차 접종은 6주 간격으로까지 늘었다곤 하지만 50대 후반부터는 9월부터 차례차례 접종하기 시작한다. 정부는 모더나 백신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과 류근혁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을 대표로 한 정부대표단을 이번 주말 미국 모더나 본사에 파견한다. 향후 모더나 백신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국내에서 위탁 생산하게 될 모더나 백신 일부를 국내에 공급하는 방안까지 추진한다.
이 시간 스케줄을 살펴보면, 백신 수급에 큰 차질이 빚어지지 않는다면 9월 중순이나 말쯤에는 1차 접종자 비율 70%에다, 50대 이상 고령자에 대한 백신 접종 완료 비율이 80% 수준을 넘게 된다. 이렇게 된다면 새로운 변이 출현이나 돌파감염 등의 예기치 못한 변수는 있을 수 있겠지만, 확진자 중 중증으로 가거나 사망에 이르는 이들의 비율은 더 떨어지게 된다. 확진자에서 중증환자, 치명률 중심의 방역체계 개편을 시도해볼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이 문제를 두고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방역전문가들을 한자리에 모아 코로나19 대응전략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전문가는 "장기적으로 방역체계를 전환해야 한다는 데는 거의 모두 동의했다"며 "다만 전환하려면 백신 접종률이 어느 수준이 돼야 하는지, 사회적 거리두기 방안 자체를 얼마나 강화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는 일부 의견에 차이가 있었다"고 전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중증도ㆍ치명률 위주로 방역체계를 전환하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더 강화해야 한다"며 "전환은 빠를수록 좋고, 그에 대한 논의도 더 일찍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