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셜 네트워크에 혼자서 술 마시는 모임이 있다. 내가 혼자 마시는 것-내가 호를 짓는다면 독작(獨酌)이다-을 좋아해서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남들은 어떻게 마시는지, 무얼 안주로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디서 마시는지.
하필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이 모임 가입자가 크게 늘었다. 열성적인 회원도 많다. 매일(?) 업데이트한다. 본디 이런 모임에 누군가 글을 올리면 즐겁게 보게 마련인데, 이 모임은 좀 다르다. 너무 마시는 거 아냐? 아휴, 건강에 안 좋을 텐데, 좀 줄이세요 하는 염려의 댓글이 달린다. 코로나 시국의 경중에 따라 마시는 장소가 바뀌고 있다. 가게보다 집이 더 많다. 컴퓨터나 텔레비전 앞에 술상을 차려놓은 사진이 올라온다. 대인 접촉이 대폭 줄어들고, 그나마 실직이나 재택근무로 밖에 나갈 일이 줄면서 '재택 자작주'가 늘어난 것이다. 한 회원은 '자택연금주'라는 말을 한다. 다만 자발적 연금이다. 약속도 없고, 나갈 데도 없어서 스스로 집에 자신을 구금하고 있다고 자조한다. 그를 위로하는 것은 술병이다.
"막걸리에는 역시 두부죠."-댓글: 두부엔 막걸리죠.(이런 유머라니)
"김치가 맥주 안주로 잘 어울린다는 건 처음 알았어요. 독작하니까 집중하게 되고 맛이 다르네요. 혀가 열려요."-댓글: 김치 소믈리에에 도전하세요. 참고로 백포도주에는 백김치, 적포도주에는 일반김치가 굿 매치예요. 볶은 김치는 위스키에 좋은데….
"아버지가 생전에 선물받아서 애지중지하던 위스키를 땄습니다. 이거 비싼거죠?"-댓글: 아뇨. 5만~6만 원 하는 평범한 블렌딩 위스키네요. 비싼 건 아닙니다. 그래도 아버지의 유품이니 얼마나 귀하겠습니까. 즐술 하세요. 저도 아버지 생각이 나네요.
"단팥빵에 소주 땄습니다. 허허."-댓글: 소시지빵이 낫습니다.
"옛날 호프집 안주 쏘야(소시지야채볶음)를 만들어봤어요. 인터넷에서 1천씨씨짜리 생맥주 잔도 하나 샀습니다. 어울리죠?"-댓글: 와우!
댓글과 대댓글을 읽다 보면 웃음이 배시시 나온다. 위기에도 참 유머가 넘치는구나, 그렇게 견디는구나. '랜선' 대작이 이런 거구나. 서로 모르는 이들끼리인데도 마치 건배하듯 댓글을 달아가면서 격려하면서 술을 마신다. 이런 익명 모임에는 더러 무언가 영업하려는 이들이나 냉소적 핀잔이 나오기도 하는데 신기하게도 서로 위로하고 보듬기 바쁘다. 흥미로운 건 온갖 주법과 주도가 난무한다는 거다. 피자에 소주 마시는 이들, 자작으로 만든 전문식당급 안주(최고는 엄나무 토종닭과 5가지 고명으로 만든 초밥이었다. 이 사람들, 기술자들 아냐?)도 나온다. 가게에서나 보던 전문도구(?)를 구매하는 이도 많다. 양은 막걸리잔과 주전자는 흔해졌고, 칵테일용으로 바 도구 일습을 사서 자랑하는 이도 있다. 식탁에서 끓여 먹는 훠궈 냄비를 산 사람도 봤다. 심지어 태극모양으로 나뉘어 두 가지 육수를 나눠 담는 정통 쓰촨식이었다. 어떻게든 살아가는구나. 외롭고 쓸쓸함을 참아내면서, 초조해하지 않고 유머와 낙관으로 버티는 이들도 많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회원들의 글을 정리하면 혼자 마시는 술의 장점이 꽤 있다.
술값이 적게 든다. 무리하지 않는다. 조금만 마셔도 속도감이 있어서 주량에 빨리 도달한다. 만든 안주가 맛이 없다고 타박하는 이가 없다. 무엇보다 방역기준을 완벽하게 지키고 있다. 이 말이 괴로운 농담이라는 걸 다들 아시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