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뼈·코뼈 부러지게 맞았는데 쌍방폭행이라니…”

입력
2021.08.11 15:20
한밤중 도심 공중화장실서 시비 건 두 남성  
골목으로 유인해 폭행… 전치 4주 중상 입혀 
경찰엔 "우리도 맞았다" 주장… 부상자도 입건

한밤중 처음 보는 남성을 시비 끝에 폭행해 중상을 입힌 남성 2명이 경찰에 입건됐다. 쌍방폭행 혐의로 함께 입건된 부상자는 "일방적으로 맞았다"며 항의하고 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한밤 골목에서 시민을 구타한 남성 2명을 폭행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면서 "폭행당한 시민도 같은 혐의로 입건됐다"고 11일 밝혔다.

이날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6월 30일 오후 11시쯤 서울 관악구 신대방동의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던 남성 A(25)씨에게 일면식 없는 두 남성이 "빨리 나오라"며 시비를 걸었다. A씨는 이들과 잠시 말다툼을 하다가 상황 악화를 우려해 자리를 피하려 했다.

그러자 두 사람은 대화를 하자며 A씨를 인근 골목으로 유인했고, 골목에 이르자 A씨를 폭행하기 시작했다. A씨는 광대뼈가 함몰되고 코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전치 4주 이상의 진단을 받았다. 경찰은 현장을 지나던 시민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는데, 두 사람이 "우리도 맞았다"고 주장하자 세 사람 모두를 폭행 피의자로 체포했다. A씨를 때린 두 사람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신체 일부에 멍이 들었다는 내용의 진단서를 제출하는 등 쌍방폭행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A씨는 일방적으로 폭행당했다는 입장이다. A씨 측은 "시민 신고가 없었다면 사망에 이르렀을 거라고 생각될 만큼 폭행이 심각했다"면서 "피해자를 오히려 피의자로 몰아가는 억울한 상황인 만큼 확실한 수사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수술을 받고 퇴원했지만 여전히 어지러움 등 후유증을 겪고 있다.

A씨 측 항의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양쪽 입장을 신중하게 들으면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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