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낮은 금리를 찾아 떠도는 금융소비자의 여정이 예상보다 길어질 전망입니다. 오는 10월 출시 예정인 '대환대출(대출 갈아타기) 서비스'가 출범 전부터 은행권·빅테크의 갈등으로 삐걱대기 때문인데요. 저마다 ‘소비자 편의성'을 명분 삼는 그들의 갈등이 정작 소비자에겐 불편함만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는 소비자가 은행 영업점 방문 없이, 휴대폰 앱을 통해 저렴한 대출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게 하는 플랫폼입니다. 그간에는 서로 다른 은행 앱에 일일이 회원 가입을 하거나, 직접 은행 지점을 돌아다니며 대출 조건을 조회해야 금리를 비교할 수 있었습니다. 단기간에 대출 조회를 많이 하면, 비대면 대출이 제한되기도 했죠.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가 도입되면 이런 번거로움이 사라집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원스톱 금리쇼핑’이 가능해지고, 간편한 금리 비교로 금융사 간 금리 인하 경쟁을 유발해 소비자의 이자 부담도 낮출 수 있습니다. 1,700조 원대 가계대출 시장 전체에도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하지만 요즘 분위기로는 10월이 되어도 소비자가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온전히 누리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은행권이 자체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은행들이 '빅테크 쇼핑몰'에 입점하기보다 ‘은행권 쇼핑몰’을 직접 만들겠다는 얘기입니다. 자체 쇼핑몰이 생기면 경쟁사가 될 빅테크 쇼핑몰에 상품을 납품하는 은행도 줄어들겠죠. 소비자 입장에서는 1금융권 대출 상품을 비교하려면 은행권 플랫폼을 가야 하고, 그 외 대출 상품을 비교하려면 빅테크 플랫폼에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모든 금융사 금리를 한 번에 비교하는 ‘원스톱 대출’도 물 건너갈 수 있다는 뜻이죠.
은행권과 빅테크는 저마다 "소비자 편익을 위해서"라고 주장합니다. 빅테크 쪽은 “이미 대출 비교 서비스를 운영해봤고, 막강한 플랫폼을 가진 빅테크가 운영하는 게 소비자에게 편하다”고 주장하고, 은행권에선 “빅테크에 줄 수수료를 아끼면 금리 인하에 도움이 된다”고 반박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무엇보다 '한 번에’ 대출 금리를 비교할 수 있는 게 중요합니다. 만약 플랫폼이 양분된다면 '한 번에 비교'는 물론, 애초 기대했던 금리 인하 효과도 반감될 수 있습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흑묘든, 백묘든 금리 잡는 고양이가 출범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면서도 “기왕 만든다면, 출시 시기가 늦어지더라도 은행권과 빅테크가 합의점을 찾아 한 번에 금리 비교가 가능하게 구성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