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 참사는 무리한 해체방식과 공사 관계자들의 안전주의 의무 위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것으로 정부 조사에서 공식 확인됐다. 불법 재하도급 관행으로 철거 공사비가 6분의 1 수준으로 삭감돼 애초부터 안전 관리에는 구멍이 뚫려 있었다.
국토교통부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9일 광주 재개발 현장 붕괴 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토부는 건축구조·시공·법률 등 분야별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된 사조위를 구성해 60일간 현장검증, 관계자 청문 및 재료강도시험, 붕괴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사고경위 및 원인 조사를 실시했다.
사조위에 따르면 붕괴 참사의 1차 원인은 계획과 다른 무리한 해체방식에 있었다. 철거업체는 건물 내부의 바닥 절반을 철거한 뒤 3층 높이(10m 이상)의 성토작업을 해 1층 바닥판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파괴된 것으로 조사됐다. 제출한 해체계획서와 달리 상부에서 하부가 아닌, 하부에서 상부로 해체하는 등 순서를 준수하지 않고 과도한 높이로 흙을 쌓은 것이었다.
이후 무너져 내린 토사가 지하층으로 급격히 유입되면서 그 충격과 하중이 건물 전면부에 그대로 가해졌고, 기둥과 벽이 파괴되며 도로 방향으로 건물 전체가 붕괴됐다. 사조위는 이 과정에서 지속된 살수 작업과 지하층 토사 되메우기(파낸 부분의 흙을 다시 메우는 작업) 부족 등 성토작업에 필요한 안전검토 미비 및 그 외 기준 위반이 여러 건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외에도 해체계획서의 부실 작성 및 승인, 공사현장 안전관리 및 감리업무 미비와 불법 재하도급 계약에 따른 저가공사 등도 참사의 원인으로 조사됐다. 해체계획서 작성·검토·승인 과정에는 공사 관계자의 '형식적 이행' 또는 '미이행'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불법 재하도급 관행으로 공사비가 당초의 16% 수준까지 쪼그라들어 공사 중 안전관리 미비의 원인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조위는 재발방지를 위해 △해체계획서 표준매뉴얼 및 전문가 참여 제도 마련 △설계자·시공자 등을 비롯한 공사관계자 책임 강화 △불법 하도급 근절 및 처벌 규정 강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김흥진 국토부 국토도시실장은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마련한 '해체공사 안전강화방안'을 내일 당정협의를 거쳐 발표할 예정"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관련 제도를 제·개정해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