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채소값 줄줄이 치솟아… 한국 2분기 '밥상물가' OECD 3위

입력
2021.08.0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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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물가 상승률 7.3%… 터키·호주 이어 3위
농축수산물가는 11.9% 올라 '30년 만 최대폭'
폭염에 세계곡물가 상승… 하반기 안정 장담 못해

2분기 한국의 ‘밥상물가’ 상승률이 1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저물가에 따른 기저효과에다 최근 이어진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세가 이어진 여파다.

8일 통계청과 OECD 등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한국의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식품 물가)는 전년 대비 7.3% 올랐다. 이는 비교 대상인 38개 OECD 회원국 평균(1.6%)의 4.5배 수준으로, 터키(18.0%), 호주(10.6%)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한국의 지난해 2분기 식품 물가 상승률(2.5%)은 OECD 평균(4.4%)에 한참 못 미치는 26위였는데, 지난해 3분기(6.4%·6위) 이후 4분기(7.1%·4위), 올해 1분기(8.2%·3위)에 계속 뛰었다. 저물가를 걱정하던 한국이 1년 만에 ‘고물가국’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는 기저효과에다 농축수산물, 석유 가격 상승세로 생산비가 높아진 여파다. 매년 2분기 기준 농축수산물 물가는 △2018년 2.0% △2019년 1.2% △2020년 3.2% 등 낮은 수준을 유지해 왔는데, 올해는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고병원성 AI)로 인한 계란값 폭등, 겨울철 한파로 인한 채소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11.9%까지 치솟았다. 이는 1991년(14.9%) 이후 3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7월에도 지난해 대비 9.6% 오르며 높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7월 계란값은 57.0% 올랐는데, 1월(15.2%) 이후 7개월 연속 두 자릿수 오름세다. 여기다 △사과(60.7%) △배(52.9%) 등 과일과 △마늘(45.9%) △고춧가루(34.4%) 등 채소류 가격도 큰 폭으로 뛰었다. 쌀(14.3%)을 비롯한 곡물 가격 상승률도 12.6%에 달한다.

하반기에도 식품물가 안정은 기대하기 쉽지 않다. 폭염이 지속되면서 채소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국제 곡물 가격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6일 기준 시금치 소매가격은 1㎏당 2만796원으로 평년(1만1,272원) 대비 84.5% 올랐다. 청상추는 평년 대비 20.6% 상승한 100g당 1,610원, 쌀값은 32.2% 오른 20㎏당 6만1,675원으로 집계됐다.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발표하는 세계식량지수는 7월 기준 123.0(2014~2016년 평균=100), 곡물가격지수는 125.5를 각각 기록했다. 곡물가격지수는 5월(132.8)보다는 다소 낮아졌지만, 지난해 7월(96.9)과 비교하면 29.6% 높다.

세종 =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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