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전 사라진 20대 여성…남친 살해 자백 받았지만 공소시효 지나

입력
2021.08.07 01:22
경찰, 공범 자백 통해 남친 추궁해 자백 받아내
남자친구, 외도 의심하는 여친 살해 후 암매장

24년 전 서울에서 실종돼 행방을 알 수 없었던 20대 여성이 당시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경찰이 피의자를 끈질기게 설득해 살인 자백을 받아냈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게 됐다.

6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A(47)씨는 24년 전인 1997년 초 서울에서 후배 2명과 함께 여자친구 B(당시 28세)씨를 차에 태웠다. A씨는 그대로 차를 몰아 전북 익산IC 부근에서 B씨를 무차별 폭행해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A씨와 후배 2명은 김제의 한 도로공사 현장 웅덩이에 시신을 암매장한 뒤 현장을 벗어났다.

24년간 미제로 남았던 사건은 현장에 있었던 후배 2명 중 1명이 A씨에게 돈을 뜯으려 한다는 첩보를 경찰이 입수하면서 실마리가 잡혔다.

경찰은 후배 2명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다 살해 정황을 포착하고 즉각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주범인 A씨를 검거했다. 해당 사건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이었으나 경찰은 검찰을 설득해 A씨 신병 확보에 나섰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의 집중 추궁 끝에 A씨는 “B씨가 나의 외도를 의심해 화가나 범행을 저질렀다”며 살인 혐의를 인정했다. 하지만 A씨가 저지른 살인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는 지난 뒤였다.

경찰은 A씨의 진술을 토대로 지난달부터 김제의 공사 현장에서 B씨 시신 발굴 작업에 나섰으나 아직까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또한 A씨와 공범 2명 역시 공소시효가 지나 형사소송법상 처벌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최근 석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오랜 시간이 지난 탓인지 시신을 찾을 수 없었다”며 “형사사건에 대한 실체적 진실 규명이 수사기관의 책무이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지났더라도 수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다음주부터 시신을 찾는 작업을 재개할 예정이다.

김영훈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