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수입 4만 원 "택시기사의 겸업 허용을"…서울시 "논의 검토"

입력
2021.08.0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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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월 매출 33% 감소에 택시 기사들 요청
관련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기사의 타업종 종사 '불허'

서울시가 개인택시 기사들의 ‘휴일 겸업’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 택시기사들이 음식 배달에 나서는 이른바, ‘택팡(택시+쿠팡이츠)’ 행위가 암암리에 이뤄지는 등 역대 최고 수준의 ‘사회적 거리 두기’ 로 생존 위기에 몰린 택시기사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택시 기사들이 택시 운전 외 다른 일을 할 경우 안전운전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관련 법은 기사들의 겸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6일 “거리 두기 4단계 격상 이후 겸업과 관련한 개인택시 기사들의 문의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며 “기사들의 요청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인택시 업계 기사들의 영업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 개인택시 1대당 월평균 영업 건수는 지난 6월 말 기준 290건이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6월(368건) 대비 20% 이상 줄어든 수치다. 매출 역시 같은 기간 대당 월평균 335만 원에서 227만 원으로 30% 이상 떨어졌다. 이 같은 수입 감소는 개인택시 면허 양도 건수 증가로도 이어졌다. 통상 2,000건 안팎이던 서울시의 개인택시 사업면허 양도양수 인가 건수는 올해 상반기에만 1,579건을 기록했다.

한 개인택시 기사는 “도둑질을 할 수는 없지 않으냐. 밤새 일하고 4만8,500원 벌었다. 아르바이트라도 좀 하게 해달라”는 취지의 요청문을 서울시 게시판에 남기기도 했다. 그는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로 유동 인구가 줄면서 택시 이용자도 덩달아 감소했는데, 빈 택시 운전대만 지키라는 건 현실과 동떨어진다”며 겸업 허용을 촉구했다.

코로나19로 영업난을 겪고 있는 일부 택시기사들은 불법 루트를 통해 배달시장에 뛰기도 한다. 한 배달 라이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택팡은 오토바이로 택시 영업을 하는 것과 같다”며 “이들을 신고하라”는 공지가 올라와 있다. 빈 택시로 음식 배달에 나선 택시기사들이 이마저 막히자 아예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겸업을 허가해달라는 것이다.

실제 미국 뉴욕시는 지난해부터 일정 수입 이하 택시기사에 한해 음식 배달을 허용했고 독일과 일본도 폭증하는 배달 수요에 맞춰 택시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울의 택시에도 장기화하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 관계 당국이 전향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2019년 택시 배송사업 움직임이 있었지만, 관련 법과 퀵서비스 등 배달 업계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문제는 서울시가 겸업을 허용할 경우 적지 않은 논란이 일 것이라는 데에 있다. 현행법은 택시 기사들이 정당한 이유 없이 영업을 하지 않거나 임의로 타업종에 종사하다 적발될 경우 면허를 취소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사들이 다른 일을 병행할 경우 택시 영업시간이 줄어들 수 있고, 안전운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그러나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과 휴무일에 이뤄지는 일까지 제한하는 것을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소지가 있어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대중교통의 한 축인 택시에 유가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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