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에어프라이어급 더위에, 여름 휴가가 많은 8월에 맞물린 백신 접종 기간 때문에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는 호캉스를 뛰어넘어 집에서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고 배달 음식과 함께 바캉스를 보내는 ‘집캉스’라는 신조어가 자주 언급되곤 한다. 그런데 집캉스는 휴가라는 설렘이 부족하다. ‘사람이 어떻게 밥만 먹고 사니?’라는 말처럼 우린 상상력이 풍부한 생각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휴가의 즐거움은 휴가를 준비하며 어떨지 상상하는 것부터가 휴가를 만끽하고 일탈을 즐기는 시간이지 않을까? 쉽게 말해서 ‘휴가 가서 뭐 입지?’ 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벌써 휴가가 시작된 것 같은 힐링 타임이 된다. 그리고 그렇게 상상하는데 우리가 쓰는 시간은 꽤 길다.
영국의 일간지 텔레그래프(Telegraph)는 매탤란(Matalan, 영국의 대형 의류업체)이 “뭐 입지?” 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16~60세 여자 2,49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도한 적이 있다. 이에 따르면, 여성이 살면서 무엇을 입을지 생각하고 상상하는데 평생 쓰는 시간이 약 287일(9달 정도)이라고 한다.
조사에 따르면 여성들은 주중에 2명 중 1명이 ‘내일 뭐 입지?’를 잠자리에 들기 전에 15분 정도 생각하고 평균 2벌의 옷을 미리 입어 본다고 한다. 주중 아침에는 평균 16분 정도 옷을 선택하는 데 시간을 쓰고 주말 저녁 약속을 위해서는 20분 정도를 쓴다. 가장 많은 시간을 쓸 때는 바로 공휴일이었는데, ‘공휴일에 뭐 입지?’라고 생각하는 데는 무려 52분을 쓴다고 한다. 이 조사의 중요한 포인트는 이렇게 쓴 시간이 단순히 ‘도대체 뭘 입지?’ 하고 생각 또는 상상하는 데만 든 시간이지 실제로 옷을 입고 꾸미는데 쓴 시간이 아니란 것이다.
집캉스의 설렘이 진짜 휴가만 못한 것은 집캉스를 준비하고 상상하기 위한 시간이 굳이 많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집캉스를 계획한 우리는 휴가를 떠올리며 미리 즐거워할 최소한의 52분을 상실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휴가지에서 뭘 입을지를 딱 하루만 생각하고 52분을 쓸까? 적어도 2~10일은 이런 생각을 하며 또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휴가지에서 입을 새 옷을 구매했을 것이다. 집캉스에는 휴가라는 힐링을 예열하고 즐길 설렘의 시간이 적다. (이렇게 상상할 수 있는 설렘의 시간은 단순히 옷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닐 것이다)
가브리엘 코코 샤넬은 “패션은 애벌레인 동시에 나비다. (중략) 애벌레만큼 편한 것은 없으며, 나비만큼 사랑스러운 것은 없다. 기어가기 위한 옷도 필요하고, 날기 위한 옷도 필요한 법이다”라고 했다. 집은 널브러지기 좋은 공간이고 애벌레처럼 꿈틀거리며 온갖 리모컨과 스마트폰으로 사지를 쓰지 않고도 소파와 물아일체 될 수 있는 곳이다. 이런 곳에서 나비처럼 차려입는 건 좀 균형이 맞지 않는다. 집에서 할 수 있는 편한(?) 파티에는 파자마(잠옷) 파티만 한 게 없다. 평소라면 전혀 돈 써서 사 입지 않을 아이템이라 하더라도 온 가족이 세트로 같은 야자나무 프린트의 잠옷이라도 입고 집캉스를 하며 휴가 느낌을 내보는 건 어떨까? 휴가는 때론 그때를 기억하며 일상을 이겨내기 위해 가는 것이기도 하니 말이다. 그러니 그때 그 휴가를 기억할 상징 정도는 옷장에 하나 있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