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프리미엄" VS "코로나에 자리 비우냐"…이재명 경기지사 '직' 공방

입력
2021.08.04 14:30
현직 지사의 대선 경선 참여 '불공정 논란'  
이낙연 측 "혈세 선거비용으로...도정 사유화" 비판
이재명 측 "법적 권리, 직 던지는 게 더 무책임" 반박


"경기도 세금으로 선거운동 하느냐" VS "코로나 시국에 선거만 챙기란 거냐"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경선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의 '직(職)'이 새로운 갈등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경쟁 후보 측에선 이 지사가 지사직을 유지하면서 경기도정의 인적 물적 인프라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며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기본소득 등 각종 정책 실험과 그에 따른 홍보 예산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도정 사유화 아니냐는 지적. 경기도에 한해 재난지원금을 100% 지급하겠다는 이 지사의 제안 역시 "도 예산으로 선거운동"에 나선다는 비판에 직면한 상황이다.

반면 이 지사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현직 지사의 대선 '경선' 출마는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라는 것. 더욱이 코로나19 시국에 현직 지사가 선거에만 올인하는 게 과연 책임 있는 정치행위냐고 되묻고 있다. 또 민주당 예비경선에 참여했던 양승조 충남지사, 최문순 강원지사와의 형평성 문제도 거론한다. 그때는 아무 말도 없다가, 이재명만 물고 늘어지는 건 1등 후보를 견제하기 위한 지나친 공격이란 거다.

'직'이 과연 문제가 될 수 있는 건지 양측의 주장을 따져봤다.


총대 멘 '중도사퇴' 원희룡 "이재명도 사퇴해야"

이재명 지사의 '직' 문제를 제일 먼저 공론화한 사람은 같은 지방자치단체장 출신들인 국민의힘 소속 원희룡 전 제주지사경남지사를 지냈던 김두관 민주당 의원이다. 이 지사와 달리 직에서 내려온 이들은 거리낄 게 없다는 듯 이 지사를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김 전 지사는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에 나서기 위해 경남도지사 '직'을 던졌고, 원 전 지사는 이번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뛰어들며 중도 사퇴의 길을 택했다.

이들의 논리는 현직 도지사의 대권 행보는 '공정'하지 않다는 것.

이 지사의 경기도 전국민재난지원금 100% 지급 검토안에 대해 김두관 의원은 "후보 6명 중 유일한 현직 도지사가 집행권을 무기로 돈을 풀겠다는 게 공정 경선에 해당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고, 원 전 지사는 "지사 찬스를 이용한 매표 행위"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원 전 지사는 "도지사직을 유지하며 경선하는 것은 공직윤리 면에서 납득되지 않는다"며 이 지사의 지사직 사퇴를 대놓고 촉구하고 있다.


이재명 "공직은 권세 아닌 책임… 지역주민 비판 잊었느냐"

이에 대해 이 지사는 '공직의 책임'을 강조하며 반박에 나서는 모습이다.

"할 일을 해내는 책임감 있고 유능한 공직자라면 태산 같은 공직의 책무를 함부로 버릴 수 없다"거나 "공직을 책임이 아닌 누리는 권세로 생각하거나 대선 출마를 사적 욕심의 발로로 여기시는 것 같아 안타깝다"(1일 페이스북)면서다.

이 지사는 지사직 사퇴가 오히려 무책임하다는 반격도 폈다.

지난 2일 민주당 대전시당 기자간담회에선 "과거 우리당 소속 한 분이 (지사직을) 사퇴하고 경선에 나갔다가 해당 지역 주민에게 상당히 많은 비판을 받았다"며 "저는 그게(비판을 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두관 의원의 과거 경남지사 사퇴를 소환화며 지사직 사퇴의 위험성을 재차 강조한 것. 당시 김 의원의 사퇴로 보궐선거가 실시됐고, 경남지사는 새누리당 홍준표 전 대표에게 넘어갔다.


물러나지 않는 이낙연 캠프 "혈세를 선거비용으로, 불공정 경선"

이 지사의 반격으로 잦아드는가 싶었던 '직' 논란의 바통을 이어받은 사람은 이 지사와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낙연 전 대표 캠프다. 이낙연 캠프는 특히 '돈' 문제를 집중 파고들고 있다.

"경기도민 혈세가 선거운동을 위한 주유비, 차량유지비로 흘러가고 있다"(오영훈 수석대변인), "기본소득 광고에 34억 펑펑, 경기도 예산이 지사의 현금자동인출기인가"(박래용 대변인) 등등 파상공세다.

이낙연 캠프에서 정무실장을 맡고 있는 윤영찬 의원까지 4일 나섰다.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이 지사가 현직을 유지하는 한 "불공정 경선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직격했다. 경기도의 인력과 예산을 선거운동에서 사유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윤 의원은 "이 지사 캠프에 경기도 공무원과 산하단체 유관기관 지지자분들이 많이 들어가 있고, 경기지사로서 기초단체장이나 시도의원들에 대한 지배력도 있다. 예산 면에서도 이 지사님의 공약인 기본소득에 대한 홍보 비용으로 수십억이 지금 쓰였다"며 "캠프와 도정 자체가 분리되지 않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충남지사와 강원지사의 지사직 참여는 왜 문제 삼지 않았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윤 의원은 "충남지사가 본인의 정책을 위해서 또는 본인의 공약을 위해서 그 예산을 사용했다 이런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며 "이 지사의 기본소득이란 게 기본적으로 경기도의 공약이냐? 대선 후보로서 이 지사의 공약"이라고 반박했다.


'고발' 등 강경대응...법적 시한까지 지사직 유지 의지

이 지사 캠프는 강경 대응 입장이다.

당장 이 지사부터 "경기도는 중앙정부나 다른 광역시·도와 동일하게 정책 홍보를 한다"라며 "네거티브를 하려면 최소한의 논리를 갖추고 하면 좋겠다. 이런 것을 견강부회, 침소봉대라고 한다"라고 반박하더니, 이낙연 캠프의 오영훈 수석대변인에 대해 허위사실 공표를 문제 삼아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와 윤리감찰단에 신고했다.

이 지사 측은 현직 지사의 대선 경선 참여는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인 만큼 대선 본선이 본격화되는 시기까지 도정에 책임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직선거법 53조1항에 따라 공무원 중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은 선거일(대선 기준 내년 3월 9일) 전 90일까지 직을 그만둬야 한다. 법적으로는 이 지사가 대선 90일 전인 오는 12월 9일까지만 지사직을 내려놓으면 된다는 의미다.

이재명 캠프 선임대변인인 홍정민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책임감 있는 공직자라면 '직'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되고 함부로 던져선 안 된다"며 "특히 지금처럼 코로나 4차 대유행이 있는 상황이고 후속조치로 재난지원금도 분배하고 있는데 지역주민들을 위해서 세심하게 헌신해야 되는 의무는 대선을 앞뒀다고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맞받았다.

이낙연 캠프 측이 제기한 '세금 유용'에 대해선 "별도의 정치자금을 이용해서 선거운동을 엄밀하게 다 분리해서 하고 있다"며 "확인해보지도 않고, 혹시나 알면서도 그런 논평을 냈다는 것 자체가 좀 굉장히 악의적인 것"이라고 비난했다.

강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