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발길 끊긴 면세·호텔업계... "코로나로 안 오면 찾아간다"

입력
2021.08.01 11:00
신라면세점, 하이난 면세점과 합작사 추진
호텔들, 프리미엄 침구류·욕실용품 등 상품화
"마냥 기다릴 수는 없으니..."

끝 모르는 코로나19로 사면초가 처지인 호텔·면세업계가 돌파구를 뚫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면세점은 국내 면세매장 대신 규제가 풀린 해외 면세점을 공략하고, 호텔은 투숙객 대신 홈캉스족에게 '호텔 굿즈'를 파는 등 울며 겨자 먹기로 생존 전략을 고심 중이다.

신라면세점은 중국 하이난성 하이요우면세점(HTDF)과 양국 면세점 운영 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1일 밝혔다. HTDF와 합작사를 설립해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것이다. 상품 소싱과 시장 개발, 인적자원 교류 등 운영 전반에 대해 협력할 예정이지만 합작사 운영기간 등 구체적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HTDF는 지난해 하이난관광투자발전공사의 자회사로 설립된 시내 면세점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7월 하이난성 해외 면세 쇼핑 한도를 1인당 10만 위안(약 1,769만 원)으로 대폭 상향하는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놨다. 면세상품 품목은 38개에서 45개로 늘렸고, 8,000위안(약 142만 원)이던 면세 상품 구매 한도액도 없앴다. 이 같은 지원으로 하이난성 면세점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전 세계 면세점 중 판매액 1위로 급부상했다.

신라면세점이 HTDF와 설립한 합작사는 한국과 중국, 그 외 해외매장에서 영업을 하고 수익은 지분 구조에 따라 배분하게 된다. HTDF 지분만큼 신라면세점 수익이 줄어도 ‘개점휴업’ 상태인 국내에서 막대한 손해를 감당하는 것보다 낫다는 경영상 판단이 깔렸다. 면세업계는 코로나19 백신 보급과 '트래블 버블'(여행안전권역) 등에 기대를 걸었지만 하루 확진자가 2,000명에 육박하는 4차 대유행에 직격탄을 맞았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합작사가 성장하면 향후 중국 대륙시장 진출이 유리해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호텔업계도 투숙객을 기다리지 않고 호텔 굿즈를 적극적으로 판매하는 등 고객을 찾아 나섰다. '홈캉스족'을 겨냥해 객실에서 사용하는 프리미엄 침구류와 욕실용품, 디퓨저 등을 온·오프라인에서 판매한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의 굿즈 스토어 ‘스위트홈 바이 워커힐'이 대표적이다. 워커힐 관계자는 "워커힐에서 경험한 궁극의 편안함과 안락함을 집과 일상에서도 누릴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밝혔다.

파라다이스시티도 집에서 호텔 분위기를 낼 수 있도록 독자적인 디퓨저 ‘센트 오브 파라다이스’ 5가지를 내놨다. 글로벌 향기마케팅 솔루션 기업 에어아로마(Air Aroma)와 6개월간 협업해 개발한 향을 담았다. 파라다이스시티 관계자는 “최근 1년간 디퓨저 판매가 4배가량 증가하고 재구매율이 60%에 육박하는 등 호응을 얻고 있다”며 “호텔 투숙 후 집에서도 동일한 향을 느끼기 위해 구입하는 고객이 다수였는데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자 더 많이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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