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자로서 품위와 정직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겠다."
민주당 대선후보 본경선에 오른 주자 6명은 28일 오전 당 지도부가 주최한 '원팀 협약식'에서 페어플레이를 다짐하며 이같이 밝혔다. 후보들은 서로 '원팀'이라 적힌 배지를 상의에 달아주기도 했다.
후보들이 함께 읽어 내린 선서문은 불과 반나절 만에 무색해졌다. 이날 오후 본경선 첫 TV토론에서 1위 주자 이재명 지사와 2위 주자 이낙연 전 대표가 '백제 발언' 논란을 두고 또다시 충돌하면서다.
이 전 대표가 먼저 칼을 빼 들었다. 그는 "이재명 후보는 국회에 대한 태도가 오락가락하는 것 같다"며 "여야 대표가 전 국민 지원금에 합의했다가 야당 내 반발로 번복되니 야당에 '왜 번복하냐'고 비판하더니, 여야가 법사위원장을 (야당에) 양도하는 데 합의했는데 이 합의는 (여당에)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어떤 것이 이 후보의 진심이냐"고 꼬집었다. 상황에 따라 이 지사의 말이 바뀐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 지사는 "말이 바뀐 게 아니라 상황이 바뀐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낙연 후보도 참여정부 때는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자'고 하더니 이번엔 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하자'고 했다. 언론개혁도 반대하다가 태도를 바꾸지 않으셨나"라며 "이런 게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맞받았다. 이 전 대표가 올 초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언급했다가 당 지지층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일자 사과한 것을 거론한 것이다.
두 사람의 신경전은 '백제 발언'이 화제에 오르면서 최고조로 치달았다. 호남 출신인 이 전 대표는 "지역주의는 우리 사회의 상처다. 상처는 아픈 사람의 입장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 측은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백제 쪽이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고 한 이 지사의 언론 인터뷰 를 '지역주의 발언'이라며 비판 소재로 삼아왔다.
이 지사는 이를 기다렸다는 듯 "저를 지역주의로 공격하기 위해 지역주의의 망령을 꺼내오신 것에 대해 책임지실 필요가 있다"고 맞대응했다. 또 "사실을 갖고 지적하는 건 옳지만, 없는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흑색 선전"이라고 역공했다. 발언시간 초과로 양측의 설전은 중단됐지만 토론회장에는 냉기가 흘렀다.
1, 2위 주자 대결로만 그치지 않았다. 최근 상승세를 타며 이 지사를 쫓고 있는 이 전 대표에 대한 경쟁주자의 공세도 이어졌다.
정세균 전 총리는 이 전 대표를 겨냥해 노 전 대통령의 탄핵 문제를 꺼냈다. 그는 " 언론은 당시 이 전 대표가 탄핵 찬성으로 돌아섰다고 보도했는데, 당시엔 '(찬반 여부에 대한) 입장을 무덤까지 갖고 가겠다'고 했다가 최근 '반대했다'고 밝혔다"며 태도가 급변한 배경을 따져물었다. 이 전 대표는 "거듭 말씀드리지만 탄핵에 반대했다"며 "당시 당 상황 때문에 말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 전 총리는 사진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에도 2004년 국회 탄핵안 표결 당시 의장석을 사수하던 사진을 선보였다. 당시 이 전 대표가 탄핵 표결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에둘러 꼬집으며 자신이 '적통'임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고성이 오가거나 위험수위를 넘지 않았지만 당에서는 첫 TV토론에서 '탄핵' '지역주의' '적통' 등의 해묵은 주제들이 거론된 것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후보 간 치열한 공방 자체는 흥행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공방 소재들이 모두 일반 국민들의 관심과 거리가 있는 퇴행적 주제인 탓이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피로가 쌓일 경우 정작 야권후보와 맞붙는 본선에서 민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