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등학교에서 체계적인 노동인권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규 교육과정에 '노동교육' 과목을 신설하거나 사회 과목에서 노동교육의 비중을 늘려야 일터에서의 인권 침해나 산재 사고 등을 예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8일 민주노총과 더불어민주당 유기홍 의원실 등이 개최한 '학교부터 노동교육 제도화를 위한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한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는 "한국의 학교 정규 교육은 노동인권 문제를 거의 다루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대부분의 교사들도 노동인권교육을 수강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재 교과서에 노동 관련 교육 비중은 중학교의 경우 사회 수업 170시간 중 2시간 분량이고, 고등학교는 1시간 남짓에 불과하다. 초등학교에선 아예 없다.
박 교수는 "6년 전 광주교육정책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중고교생 89%가 '노동자'란 단어에 거부감을 나타냈고, 57%는 '노동3권'의 내용을 몰랐다"며 "이는 노동을 무시한 교육의 결과"라고 했다. 그는 "졸업하면 대부분 노동자가 되는 만큼 초등학교 시절부터 체계적으로 노동인권을 가르치면 '헬조선'식 직장 문화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 국가들의 노동교육 사례도 소개했다. 박 교수는 "프랑스는 고교 시민교육 과목 등을 통해 노동3권 등을 상세히 가르치고, 스웨덴 고교는 2주간 일터 체험을 시킨다"며 "독일에서도 노동학이 별도로 있고, 노르웨이도 고교 교과서에서 노동투쟁사를 상세하게 다룬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개막식 당시 노동자들이 영국 역사를 만든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이벤트가 주목을 받았는데, 이 역시 학교에서 노동교육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참석자 송주명 한신대 교수는 △노동교육 교과목 신설 △사회과 과목에서 노동교육 비중 확대 △국가교육과정 총론에서 노동교육 방향성 반영 등을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제시했다.
특성화고교인 이천제일고 장윤호 교사도 "2022년 교육과정 개정 방향에 노동존중 철학을 반영하고, 교사의 교육과정에 대한 재량권, 자율권 확대로 다양한 교과에서 노동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민주노총의 양경수 위원장은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서는 누구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며 "학교에서 노동 교육이 제도화된다면 노동자의 사회적 지위는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 교육의 제도화는 지난해 12월 당선된 양 위원장의 선거 공약이기도 하다. 민주노총은 4월 12일 ‘학교부터 노동교육 운동본부’를 발족하고 2022 개정 국가교육과정 총론에 노동교육 반영과 노동교육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