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위 우버' 첫선...탑승시간·목적지 원하는 대로 "비행기 빌려 타세요"

입력
2021.07.27 04:30
16면
이영복 프라이빗제트코리아 대표

자동차(우버), 집(에어비앤비), 사무실(위워크), 주방(위쿡) 등 다양한 것들을 함께 빌려 쓸 수 있는 공유경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특징이다. 여기에 이제 비행기도 들어간다.

국내 신생기업(스타트업)인 프라이빗제트코리아를 지난 4월 설립한 이영복(58) 대표는 최초로 공유 비행기 사업을 선보였다. 유명 부호나 할리우드 스타들이 애용하는 고급 소형 제트기부터 수많은 사람이 함께 타는 대형 여객기까지 공유 자동차나 공유 킥보드처럼 빌려 타는 서비스다.

어떻게 비행기를 빌릴 수 있을까.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 사업을 시작한 이 대표를 만나 공유 비행기에 얽힌 놀라운 이야기를 들어 봤다.


원하는 시간에 어디든 날아간다

공유 비행기가 왜 필요할까 궁금하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에 한창 붐비는 휴가철 공항 모습을 떠올리면 된다. 비행기를 타려면 탑승 시간에 늦지 않도록 최소 두어 시간 전 미리 공항에 가서 오랜 시간 줄을 선 뒤 출입국 및 탑승 절차를 밟아야 한다. 여행은 즐겁지만 공항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기다리는 시간은 괴롭고 힘들다.

공유 비행기는 여행의 시작을 즐겁게 만들려는 목적에서 비롯됐다. "공유 비행기는 탑승 시간과 목적지를 항공사가 아닌 이용자가 정합니다."

소형 제트기는 수속 절차도 간편하게 따로 밟는다. "소형 제트기는 공항에 따로 마련된 개인항공 전용터미널을 이용합니다. 여기서 출입국 수속을 따로 밟기 때문에 줄 서서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비행기에 탈 수 있어요. 국내에는 김포공항에 개인항공 전용터미널이 있어서 서울에서 이동하면 인천국제공항보다 빠르고 편하죠."

만약 탑승 시간보다 늦으면 비행기를 대기시키면 된다. "소형 제트기는 이륙 시간도 전화해서 얼마든지 늦출 수 있죠. 대신 이용자 잘못이니 추가 비용을 부담합니다."

공항 패션도 필요 없다. "전용 터미널을 이용하는 소형 제트기는 다른 사람들이 없어서 옷을 편하게 입고 타도 됩니다."

소형 제트기는 비행 중에 샤워도 할 수 있다. 할리우드 스타들이나 부호들이 이용하는 소형 제트기는 날아다니는 호텔에 비유될 만큼 호화 시설로 유명하다. "샤워 시설과 침대까지 갖춘 소형 제트기를 공유하면 한껏 편하게 갈 수 있죠. 그래서 소형 제트기를 타보면 너무 편해 영혼이 자유로워지는 느낌이에요."

늘어놓고 보니 온통 편한 것 일색인데 불편한 점은 없을까. "있죠. 공항 면세점을 이용하지 못합니다. 개인항공 전용터미널에는 면세점이 없어요."

상위 1% 겨냥한 소형 제트기부터 대형 여객기까지 공유

공유 비행기의 정확한 개념은 좌석을 공유하는 것이다. 좌석을 공유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마치 콘도를 빌리듯 누군가 소유한 비행기의 좌석을 빌려서 타거나 반대로 소유한 비행기 좌석을 누군가에게 빌려주는 것이다. 좌석을 빌릴 수 있는 비행기는 개인용 소형 제트기와 대형 여객기 등 다양하다.

이 중에서 10~20명 소규모 인원이 타는 소형 제트기 공유는 상위 1% 부자들을 겨냥한 서비스다. 이 대표는 기업인, 연예인들과 요즘 돈 잘 버는 유튜버 등 영향력 있는 유명인(인플루언서)들을 소형 제트기 공유 사업의 주요 대상으로 보고 있다. "소형 제트기는 1명이 타든 20명이 타든 무조건 1대 단위로 빌려줍니다. 여러 명이 탈수록 1인당 비용은 줄어들죠."

소형 제트기 공유 비용은 기종과 운항거리에 따라 시간당 최저 1,000달러에서 최고 10만 달러까지 다양하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까지 소형 제트기인 걸프스트림 G650을 빌려서 타고 가면 왕복 15만 달러(약 1억7,000만 원) 정도 듭니다. 대한항공의 같은 노선 1등석이 왕복 약 1,200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많이 비싸죠. 10명이 타도 1인당 공유 비용이 1등석 항공권보다 1.4배 정도 비싸요." 그래서 이 대표는 소형 제트기 공유 서비스의 경우 가격보다 비행 시간, 목적지 등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편리함을 강조한다.

대형 여객기도 전세기처럼 공유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이 대표는 세계 최대의 여객기 정보업체 에어파트너와 제휴를 맺고 유휴 여객기 정보를 공유한다. "에어파트너는 전 세계 항공사의 여객기 정보를 모두 갖고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항공사 노선 별로 여유 있는 여객기를 미리 파악해 탑승 인원을 맞춰 공유할 수 있죠. 이런 것은 일반 여행사에서는 하기 힘들어요."


협동조합 만들어 비행기 사서 빌려주고 수익 배분

비행기를 누군가에게 빌려주는 사업을 하려면 비행기를 사야 가능하다. 이 대표는 협동조합 형태로 비행기를 구매해 빌려주고 수익을 나누는 사업을 설명했다. "개인이나 기업, 단체, 혹은 수십~수백 명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공동으로 비행기를 사서 빌려주고 수익을 나누는 일종의 재테크입니다. 구성원 숫자에 제한 없이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죠."

이 대표는 중고 비행기 구입을 강조한다. "재키 찬 등 유명 스타들이 갖고 있는 소형 제트기 G650 가격이 약 650억 원입니다. 그런데 중고 기종은 20억, 30억 원에도 살 수 있어요. 소형 제트기는 20년 지났어도 운항에 전혀 문제 없습니다. 미국에서는 새 비행기보다 합리적 가격의 중고 비행기 구입을 선호하죠."

이 대표는 비행기 거래를 위해 자격을 갖춘 미국의 전문업체들과 제휴를 맺었다. 구매에 걸리는 기간은 새 비행기의 경우 주문 후 제조까지 3~6개월이 필요하고 중고 비행기는 안전 점검을 하고 확인서 발급까지 2, 3개월이 소요된다. "허위 매물이나 범죄에 사용된 비행기를 배제하기 위해 자격증을 가진 전문 판매원들이 거래를 중개합니다. 또 전문 정비사들이 비행기의 안전성을 확인한 후 변호사 입회하에 거래를 진행하죠."

이렇게 구입한 비행기는 소속 국가에 한 번만 등록하면 된다. "이후 비행기 관리와 운항 등은 이를 전담하는 운항지원업체(FBO)에 수수료를 내고 맡기면 됩니다. FBO가 보관, 정비, 파일럿 배정, 운항 관리 등을 책임지죠. FBO 비용은 수익 배분 때 차감합니다."

개인 소유의 비행기 운항을 관리해주고 수익을 나누는 업체 중에 가장 유명한 곳이 넷젯(Net Jet)이다. 세계적 투자가 워런 버핏이 소유한 넷젯은 세계 1위의 FBO다. "우리는 넷젯을 비롯해 FBO들을 연결해 주고 수수료를 받아 매출을 올립니다. 부동산 공인중개사와 같은 역할이죠."

코로나19에 공유 비행기 잘될까

그런데 코로나19가 확산된 상황에서도 공유 비행기 사업이 가능할까. "소형 제트기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비행 수요가 줄지 않았어요. 부호들은 오히려 격리 가능한 섬 같은 곳으로 소형 제트기를 이용해 여행들을 많이 가죠."

이 대표는 여기에 맞춰 소형 제트기를 이용한 여행 상품도 마련했다. "세인트 모리츠, 케이맨 제도, 세인트 배스, 리틀 딕스 베이, 몰디브의 벨라 아일랜드, 캐나다 님모 베이, 보츠와나의 자이게라 등을 목적지로 여행 상품을 구성했어요. 여행사와 협의해 숙소 제공도 가능합니다."

벌써 입소문을 타고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하루 7~10건 정도 문의를 받습니다. 이미 해외를 포함해 17건의 계약이 성사됐어요. 해외에 사는 사람들이 인터넷 광고 등을 보고 연락해왔죠. 국내에서는 최근 일가족 6명이 미국 LA로 가는 소형 제트기를 예약했습니다."

특이한 예약도 있다. 소형 제트기의 경우 어디든 갈 수 있다 보니 분쟁 지역에서도 이용 문의가 들어온다. "중동이나 인도, 홍콩 등에서 항공편을 구하지 못해 급히 연락 온 경우가 있습니다. 필리핀 대학의 연구소장이 중동에 출장 갔다가 항공편을 구하지 못해 긴박하게 연락을 해와서 비행기를 제공했죠."


미국서 스포츠의류로 성공해 국제학교 설립 컨설턴트로 활동

원래 이 대표는 국제학교 설립을 돕는 교육 컨설턴트였다. 그는 1982년 고교 졸업 후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마이애미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유명 스포츠용품 유통업체를 차려 큰돈을 벌었다. "플로리다주에서 'YNT'로 유명한 리브러더스라는 스포츠 패션용품 판매업체를 운영했어요. 프로 미식축구, 야구, 농구, 아이스하키 구단의 모자, 의류 등을 제작해 판매했죠."

이 대표는 큰돈을 벌며 유명해지자 마이애미 사립고교의 이사를 맡게 됐다. 그때 당시 미국학교들 사이에 확산된 위성 캠퍼스 설립을 담당했다. “해외에 캠퍼스를 만들어 놓고 학생들이 거기 가서 다양한 문화체험을 하는 위성 캠퍼스가 유행이었어요. 마침 부동산업체와 손잡고 중국 캠퍼스 개발을 맡았는데 성공하면서 20년 이상 교육사업 컨설턴트로 일했죠.”

덕분에 이 대표는 제주영어교육도시와 광양경제자유구역청,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내 국제학교 설립 자문 등을 했다. 이후 그는 미국 영주권을 포기하고 한국에 들어와 공유경제 사업을 구상했다.

처음에 기획한 것은 여객선(크루즈) 공유였다. 이탈리아 선박업체, 국내 부동산 개발업체와 손잡고 크루즈 객실을 분양하는 사업을 구상해 2년 동안 준비했다. "크루즈 객실의 사용권을 콘도처럼 매입한 뒤 빌려주는 거죠. 총 2대를 계약해 투입하기로 했는데 코로나19가 터져 좌초됐어요. 마침 일본 크루즈에서 집단감염 사례가 발생했거든요. 이후 전 세계 크루즈 사업은 엄청난 타격을 입었어요."

이 대표는 좌초된 크루즈 사업을 공유 여객기로 발전시켰다. "미국에서 교육 컨설턴트로 일하며 위성 캠퍼스 일을 할 때 소형 제트기를 많이 탔어요. 그래서 관련 기업들과 수요를 잘 알았죠."

그는 처음부터 전 세계를 상대로 공유 비행기 사업을 구상했다. "가장 눈독을 들이는 곳은 베트남이에요. 전 세계 많은 기업들이 베트남에 공장을 두고 경영진들이 자주 오가죠."

여기에 맞춰 이 대표는 공유 비행기 사업을 기업들과 손잡고 기업간거래(B2B) 서비스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연예기획사 등과 함께 전 세계를 상대로 다양한 사업 등을 진행할 수 있죠. 또 금융, 유통, 여행업계 등과 협업해 최고 고객층(VVIP)을 겨냥한 특화 서비스로 상품을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최연진 IT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