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변수로 국민의힘이 쪼개지고 있다.
이준석 대표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당을 압박하기 위해 견제 수위를 높여나가자,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긴 이른바 '친윤' 당내 중진들이 '윤석열 흔들기'를 중단하라며 공개 반발하고 나서면서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밖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조기 입당파'와 '독자 노선파'의 주도권 싸움은 가열될 양상이다.
시작은 "윤석열 위험하다"는 이 대표의 발언이었다.
이 대표는 전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석열 전 총장의 잇따른 실언과 지지율 정체 흐름을 두고 "위험하다"고 평했다. 여의도 정치와 의도적으로 거리를 뒀다가 성공하지 못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까지 소환해 비교하면서다. '제2의 안철수'가 되기 싫으면 국민의힘으로 조속히 입당하라는 '재촉성 경고'였다.
이에 윤 전 총장은 "여의도 정치가 따로 있냐"고 곧바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일단 내 갈 길을 가겠다는 투다. 윤 전 총장이 치고 나가자, 바로 윤 전 총장의 '친구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충청대망론’으로 윤석열 카드에 불을 지핀 정진석 의원(5선), 죽마고우를 자처하는 검사 친구 권성동 의원(4선), 윤 전 총장과 전화로 '소통' 해왔다고 강조하는 장제원 의원(3선) 등이다.
포문은 장제원 의원이 먼저 열었다.
장 의원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이 대표의 "위험하다" 발언에 대해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위험하면 다른 후보들은 출마 자체도 하지 못할 지지율이란 말인가. 이것이야말로 자해정치"라며 "윤석열의 가치를 그만 끌어내리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질세라 정진석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정치는 예능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글로 이 대표를 작심 비판했다.
정 의원은 "4·7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한 요인은 무엇인가. 단 하나를 뽑으라면, 그건 윤석열"이라면서 "윤석열이 있어서, 국민의힘이 그나마 미래를 꿈꾸는 정당의 몰골을 갖추게 됐다"고 윤석열 대세론을 강조했다. 재·보궐선거 승리의 공마저 윤석열 전 총장에게 돌린 것이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특별대우는커녕 윤 전 총장을 깎아내리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소식에, 당 반응이 썰렁하다. (이 대표는) 지지율 30%의 윤석열 전 총장을 그저 비빔밥의 당근으로 폄하한다. (당내 대선주자들의) 11% 지지율 총합으로 무슨 흥행이 되겠다고 8월 경선버스를 반복해 말하는가"라고 '8월 경선버스 정치 출발론'에 목소리를 높여 온 이 대표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 지지율이 답보 또는 하락한다고 정치 미숙에, 정치적 위기네 하면서 마치 평론가들처럼 말하기 바쁘다"며 "정치는 예능 프로그램의 재치 문답이 아니다. 죽느냐 사느냐의 선택"이라고 적었다.
'자강론'을 주창해온 이 대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윤석열을 위한 꽃가마는 없다"며 공정한 경쟁을 강조하면서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정 의원의 글을 링크하며 "저 이준석, 당외주자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아야 한다느니 모셔와야 한다느니 꽃가마를 태워야 된다느니 하는 주장에 선명하게 반대하고 공정한 경선만을 이야기하면서 전당대회에서 국민과 당원의 선택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장 선거에서 모두가 배웠어야 하는 교훈은 당이 중심을 잃고 흔들리지 않으면 어떤 선거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이라며 "'4번으로 나가면 이기고 2번으로 나가면 진다'와 같은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당내 의원 다수는 부화뇌동했지만, 중심을 잡고 낚이지 않았던 국민들이 주역이었던 승리"였다고 되받았다.
권성동 의원도 뒤늦게 참전해 '이준석 때리기' 협공에 나섰다. 권 의원은 SNS에서 "요즘 당대표의 발언을 보면 극히 우려스럽다"며 "윤석열의 지지율을 위험하다고 평하는 것은 정치평론가나 여당의 인사가 할 말이지, 정권교체의 운명을 짊어질 제1야당의 당대표가 공개적으로 할 말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의 '부화뇌동' 발언에 대해서도 "의원 대다수가 오로지 서울시장 선거 승리가 정권교체를 위해 절실했기 때문에, 단일화에 대한 필요성을 강하게 인식했던 것임에도, 이를 들어 지금 정국에서 반박하는 것은 지나치게 감정적인 대응"이라고 꼬집었다.
설전은 계속됐다. 이 대표는 중진들의 비판에 "윤 전 총장의 장모 의혹에 대해 디펜스해준 게 누구인가"라고 반문하며 억울해했다. 국민의힘 중심으로 야권 대선판을 이끌어가려고 애쓰는 본인의 노력을 몰라주는 데 대한 서운함이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긴급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을 만나 "대구 연설에서 탄핵의 강을 넘자고 제가 연설했던 것을 누구나 기억하고 있다. 도대체 일희일비하면서 간극을 벌리려고 하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어떻게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당원과 국민들이 오세훈 시장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이뤄낸 승리를 윤 전 총장에 의해 이뤄낸 승리라고 말씀하시나. 그건 너무 선을 넘었다"고 중진들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난 (보궐)선거 때도 보면 단순히 지지율 추이나 여러 가지 사정에 따라서 안철수 후보라는 당외 후보에게 부화뇌동한 분들도 있었다. 그분들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 당내에 있는 중진 의원들은 정중동의 자세로 가셔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