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세력 탄압이 날로 거세지는 홍콩에서 이번엔 어린이 그림책까지 문제가 됐다. 홍콩 시민은 양으로, 중국 본토인은 늑대로 묘사한 해당 도서가 송환법 반대 시위를 미화하고, 중국 본토인을 악마화했다는 것이다. 당국은 관련자들을 체포하고 압수수색에 나섰는데, 아동 도서에서마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민주 진영의 비판이 거세다.
홍콩프리프레스(HKFP)는 22일 홍콩 국가안전처가 홍콩언어치료사노동조합 관계자 5명을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고 전했다. 당국은 조합 사무실에서 550여권의 어린이 그림책과 전단지, 컴퓨터, 휴대폰 등을 압수했다. 스티브 리 국가안전처 선임 경정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해당 그림책들은 어린이들이 이해할 수 없는 정치적 문제를 다루고 불법 행동을 미화했다”며 체포 이유를 밝혔다.
문제가 된 책은 조합이 출판한 ‘양떼 마을의 수호자’다. 5~8세 어린이들에게 2019년 반정부 시위를 설명하는데, 양으로 묘사된 홍콩 시민들이 침입자인 늑대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양들이 늑대에 저항하는 모습엔 홍콩 시민들의 시위 모습을 다수 반영했다. 늑대를 피해 도망친 양 12마리가 결국 붙잡혀 늑대 마을에 구금되는 내용이 있는데, 이는 지난해 10월 배를 타고 대만으로 밀항하려다 적발돼 중국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12명의 홍콩 활동가를 빗댄 것이다.
당국은 해당 그림책이 홍콩 정부에 대한 어린이들의 증오를 부추긴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리 경정은 “책에서 양은 홍콩인을, 늑대는 중국 본토 사람들을 의미한다”며 “폭력을 미화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양은 매우 깨끗하고 늑대는 더럽다고 묘사했는데, 이는 중국 본토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홍콩에 퍼뜨린 것을 비난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콩 민주화 진영에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홍콩직공회연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늘 아동 도서가 폭력을 선동한다고 하면 내일은 어떤 비유도 선동적 언어가 될 수 있다”며 “이번 사례는 당국이 공포를 퍼뜨리는 데만 법을 적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30일 홍콩보안법이 시행된 뒤 홍콩 내부의 민주화세력 탄압은 날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지난달엔 대표적 반중 매체인 ‘빈과일보’가 폐간됐다. 이후 직원 8명이 체포됐는데, 21일엔 빈과일보 경영편집장이었던 람만청도 외세와 결탁했단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