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명 사망' 남아공 폭동 사태 일단 수습, 시민들 복구에 팔 걷었지만…

입력
2021.07.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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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사태 안정화" 대통령 선언에도
식료품난·경제 침체 등 후폭풍 우려
'경제난·불평등' 사회 불안 요소 여전

대규모 폭동에 일주일여 동안 2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1만 명 규모의 병력 투입 후 약탈 등 범죄가 급감했고, 시민들도 피해 복구를 위해 자발적으로 팔을 걷어붙이는 모습이다. 그러나 식량난 등 인도주의 위기가 우려될 정도로 만만치 않은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대국민 담화에서 "소요 사태가 12, 13일 절정을 이룬 후 (범죄) 사건이 크게 줄었고, 대부분 지역에서 안정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치안 유지를 위해 군인과 경찰 1만 명이 이미 배치됐고, 향후 며칠간 1만5,000명을 추가 배치하겠다고도 했다. 실제 폭력 사태가 진정 국면에 들어가자 남아공 사회는 일상을 회복 중이다. 시민들은 복구 작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고, 구호단체들도 지역 사회에 음식을 나눠 주고 있다.

이번 폭동은 남아공 내 극심한 갈등을 야기했던 인종차별정책 '아파르트헤이트'가 폐지된 1994년 이후 최악의 폭력 사태로 기록됐다. 지난 8일 제이콥 주마(79) 전 대통령 구금에 항의하며 그의 출신 지역인 콰줄루나탈주(州)에서 시작된 시위는 폭력 양상을 띠며 연일 이어졌고, 그 결과 최소 212명이 목숨을 잃었다. 체포된 사람도 2,550명에 달한다. 도로는 물론, 상가 161곳과 물류창고 11곳, 공장 8곳 등이 파손됐지만 정확한 피해 집계는 아직 이뤄지지도 못했다.

당연히 경제적 타격도 막대하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주요 소요 지역이) 식량·연료 부족에 직면했고 인도적 위기 상황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며 "콰줄루나탈주에선 지난주부터 빵 한 덩어리 값이 두 배로 뛰었다"고 전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식료품 공급난을 겪는 지역을 긴급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독일 도이체방크는 이번 사태가 올해 남아공 경제성장률을 0.8%포인트 하락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남아공 경제는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7% 감소하는 등 최악으로 치달은 상태였다. 세계은행은 올해 3.5% 반등을 예상하며 GDP 전망치를 내놨는데, 폭력 사태로 이마저도 불확실해졌다.

또 다른 소요 사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번 폭동을 "정치적 불만을 가진 선동자들과 연결된 의도적 공격"이라며 주마 전 대통령 지지 세력을 겨냥했지만, 근본 원인은 경제난에 있다는 게 지배적인 진단이다. 셀로 하탕 넬슨만델라재단 최고경영자(CEO)는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고 불평등이 심화한 최악의 상황에서 주마 전 대통령 사건이 기폭제가 됐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경제난을 해결하지 못하면 폭동은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남아공 정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청년 실업률은 무려 74%에 이른다. 인구의 12%를 차지하는 백인이 토지의 72%(2017년 기준)를 소유하는 반면, 나머지 흑인의 토지 보유 비율은 4%에 불과할 만큼 인종적 불평등도 여전히 심각하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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