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받은 이동재 "검언유착 의혹? 모든 게 비현실적이었다"

입력
2021.07.17 12:00
강요미수 1심 무죄 이동재 전 기자, 본보 인터뷰 
"檢수사, 압수수색부터 공소장까지 하자 투성이"
"검찰, 한동훈 관련 뭔가 나올 때까지 계속 물어"
"정언유착이 사건 본질… 공정한 잣대 적용돼야"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에서 무죄 판단을 받은 이동재(35) 전 채널A 기자가 16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검언유착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고, 정치권과 언론의 정언유착이 이번 사건의 실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검찰 수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하자 투성이였다"고도 강조했다.

이동재 전 기자는 지난해 2~3월 검찰 고위층과 유착해 수감 중이던 이철(56)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강도 높은 검찰 수사가 있을 것'이라고 협박해 제보를 강요했다는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 사건으로 그는 그해 6월 직장에서 해고됐고, 202일 동안 수감생활을 해야 했다.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 1년 4개월 만에 무죄 판결문을 받아든 그는 "이 사건을 정치적 사건으로 만들고 싶어했던 '누군가'의 의도를 정말 알고 싶다"고 밝혔다. 16일 밤 서울 서초동의 한 법률사무소에서 그를 직접 만났다. 그는 자신의 얼굴이 공개돼도 괜찮다며 마스크를 벗었다.

-이철 전 대표 취재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취재로 한창 바쁘다가, 잠시 여유가 생긴 2020년 1월 말쯤 관련 보도를 찾아보며 본격적으로 취재를 시작했다. 2019년도 말부터 이미 여러 언론에서 신라젠 의혹과 관련해 유시민 등 여권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던 상황이었다."

※이철 전 대표가 이끌던 VIK는 ‘명사 초청 특강’이란 이름으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유명 정치인과 여권 인사들을 불러 직원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 전 대표는 바이오기업 신라젠의 최대주주를 지내기도 했다. 이철 전 대표는 7,000억원대 금융투자 사기로 징역 12년이 확정됐고, 또 다른 불법 투자금 유치 사건으로 징역 2년 6월을 선고 받았다.

-지난해 2월 이철 전 VIK 대표에게 첫 번째 편지를 보냈다. 편지 내용이 과하다거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했나.

"과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본인(이철 전 대표)이 답장하기 싫으면 안 할 거라고 생각했고, 편지 속 내용들도 이미 언론 보도로 알려진 내용들이었다. 수감자에게 편지가 도착할 때는 어차피 스크리닝(검열)이 되기 때문에 문제 될 것 없다고 생각했다."

-검찰 수사가 문제가 많았나.

"압수수색부터 검찰 공소장까지 하자 투성이였다. 예를 들어 공소장에 지난해 2월 24일 내가 '제보자 X' 지모씨와 통화한 내용과 이튿날인 25일 직접 만나서 한 얘기를 짜깁기해서 발언 내용을 적어놨다. 재판장도 24일과 25일 내용 중 무엇이 맞느냐고 확인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왜곡과 조작이 상당했다. 영장 없이 내 휴대폰과 노트북을 압수수색 했는데, 결국 '위법한 증거 수집'이라며 대법원에서도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에 출석해 조사 받을 당시 심정은.

"검찰에서 피의자 조사만 9차례 받았다. 디지털 포렌식 참관 등까지 합치면 15,16번 정도 소환됐던 것 같다. 한동훈 검사장과의 공모 의혹에 대해 뭐든지 나올 때까지 계속 물어보는 느낌을 받았다."

-구속된 뒤 사람들은 접견했나.

“구속되고 기소될 때까지 20일간 서신 수수 및 접견 금지 처분을 받았다. 구치소에 함께 머물던 '조폭' 형들이 '동재야, 넌 왜 편지가 안 오냐'라고 묻더라. 검찰에서 서신 접견 금지 조치를 해놨다고 말했더니 '조폭한테도 적용 안 하는 서신 금지를 너가 왜 받았냐'라고 하더라. 변호인 접견은 가능했지만 가족 접견이 막혀 부모님도 뵐 수 없었다."

-구속되고 수감됐다가 결국 무죄가 났다.

“참 힘든 시간이었다.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구치소 생활을 하며 우리 사회의 다양한 사연을 가진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걸 깨달았다.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터져서 가족 접견에 어려움이 생기기도 했다. 수감 시설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많은 걸 배우긴 했지만 앞으로 이런 일을 겪는 사람은 내가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

-사건 초기부터 '검언유착 의혹'으로 번졌는데.

“검언유착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실상은 정치권과 언론의 '정언유착' 사건이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와 황희석 최고위원이 지난해 3월 "둘이서 작전 들어간다"며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이를 '제보자 X'가 공유한 것을 뒤늦게 보고 '아, 작전을 이렇게 했구나'라고 깨달았다. 내가 구속된 이튿날 MBC에선 나도 몰랐던 나에 대한 영장 청구서 내용을 보도했다. 검찰이 아니고선 그런 내용을 받을 루트가 없다고 생각한다. 내로남불이고 피의사실 공표의 '끝판왕'이다. 그들 잣대를 적용하면 그게 진짜 검언유착이다."

-회사에서 본인 모르게 휴대폰과 노트북을 검찰에 넘겼고, 의혹이 불거진 후 당신을 해고하기도 했다. 섭섭한 마음은 없었나.

"사실 회사가 그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다만 당시에 채널A가 종편 재승인 문제로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었다. 그런 게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동료들이 있고, 회사에 대한 좋은 기억들도 많다. 스물아홉에 입사해 6년 동안 회사를 위해 모든 열정을 소비했다. 다만 다시 돌아가면 그때만큼 열심히 일하지는 못할 것 같다." (※지난해 6월 채널A에서 해고된 그는 현재 회사를 상대로 해고 무효 확인 소송을 하고 있다.)

-당신 사건은 1년 넘게 정치권과 법조계는 물론, 언론계에서도 회자될 정도로 후폭풍이 컸다.

"모든 게 비현실적이었다. 회사원으로 대출 갚고 살던 평범한 30대 남성이었는데, 갑자기 '검찰을 움직여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 돼버렸다. 여권에선 '검찰과 언론의 총선 기획'이라며 허위사실을 유포했고,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했다. '이게 현실인가' 싶었다. 1심 무죄가 나오고 검언유착 의혹이 허상이란 게 드러났는데, 이제는 어떤 얘기를 들고 나올 지 궁금하다. 이 사건이 선거 공작으로 규정되기도 했는데, 왜 그렇게 정치적 사건으로 만들고 싶어했는지 그 배경이 너무 궁금하다."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명백한 취재윤리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법원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것으로 생각하고 존중한다. 재판부에서 해주신 말씀에 대해서 유념할 것이다. 다만 취재윤리에 대한 부분 역시 누구에게나 '동등한 잣대'로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등한 잣대'라는 게 어떤 의미인가.

"최근 MBC 기자의 경찰 사칭 사건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겪었던 상황과 비교했을 때 MBC 사건에 대한 수사기관과 정치권, 언론과 시민단체의 '차분한 반응'을 이해하기 어렵다. MBC가 아니라 보수 언론이나 종편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어도 똑같은 반응을 보였을 지 의문이 든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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