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영국인 6억 원 유산받은 인니 소녀…알고보니 친부였다

입력
2021.07.14 17:15
71세 영국인, 직계도 유언도 없이 사망 
인도네시아 사는 15세 친딸 찾아내

인도네시아의 15세 소녀가 영국 남성으로부터 40만 파운드(약 6억4,000만 원) 이상의 유산을 물려받게 됐다. 알고 보니 영국 남성은 소녀의 친부였다.

14일 드틱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영국에서 알렉산더 톰슨이라는 남성이 71세 나이로 사망했다. 평생 결혼하지 않은 그는 유언을 남기지 않았다. 직계 가족도 나타나지 않았다. 유산 상속자 추적 기관인 파인더스인터내셔널(Finders International)이 친척이라도 찾기 위해 조사에 나섰다. 그리고 고인의 자택에서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사진 속 고인은 갓난아기를 안고 있었다. 고인은 BBC방송에서 동아프리카와 극동 지역 담당 편집장으로 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팀은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듯한 결혼식처럼 보이는 사진, 인도네시아인들과 닮은 사진 등 고인이 남긴 유품을 분석하고 추적한 끝에 그 아기가 인도네시아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조사팀은 "아이 엄마가 '딸의 아버지가 영국인'이라고 밝혔고, 아빠의 사망 소식을 통해 아빠를 알게 된 아이 역시 '유산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표했다"고 전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거주지 등 모녀의 인적 사항은 밝히지 않았다.

소녀가 물려받을 전체 유산은 40만 파운드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2007년 고인이 23만5,000파운드에 구입한 침실 3개짜리 집, 1923년 진수된 소형 보트, 가치가 2만 파운드인 19세기 화병, 2,200파운드로 추정되는 중국산 발베개 등이다. 조사팀은 "유언 없이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정당한 상속자를 찾는 게 우리의 일"이라며 "이번에도 고인의 딸을 찾을 수 있어서 기쁘고, 그것이 고인이 바라는 일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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