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전매체들이 14일 앞다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다만 이 대표가 ‘작은 정부론’ 연장선상에서 같이 거론한 통일부 해체론에는 침묵했다. 통일부가 남북대화의 주무 부처인 만큼 소통 창구 자체를 폐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북한 대외 선전매체 ‘메아리’는 이날 재중동포 사회학자 리명정 개인 명의 글에서 “여가부 폐지까지 왕왕 거론하는 이준석과 국민의힘 주자들의 행태는 정치인들부터가 근대 이전의 의식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웅변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준석 현상은 남조선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자 후진성을 보여준다”며 “‘여성 차별은 허상’이라는 이준석의 주장은 ‘홀로코스트는 허상’이라는 신(新)나치주의자들의 궤변을 연상시킨다”고 했다.
다른 선전매체들도 이날 이 대표의 ‘여가부 폐지’ 주장 비판에 일제히 가세했다. ‘우리민족끼리’는 남측 언론을 인용하면서 “이준석의 한 달간 행보를 보면 목불인견”이라며 “여성 차별을 아예 드러내놓고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일의 메아리’ 역시 “이준석의 통솔력이 위기에 처했다”고 했다.
그러나 북측은 이 대표가 폐지 부처로 함께 지목한 통일부에 대해선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북한에 적대적인 보수정당 대표를 공격하면서 일종의 ‘선택적 훈수’를 둔 셈이다. 이 대표는 “통일부는 애초 역할이 없는 부서” “특임 부처라 그 임무를 평가할 때가 됐다” 등 통일부를 없애야 한다는 입장을 거두지 않고 있다.
북한은 올 3월 우리 군 당국의 한미연합군사연습(한미훈련) 강행을 비판하며 통일부의 카운터파트 격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폐지를 거론한 적이 있다. 당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우리는 남조선 당국이 신뢰의 기초를 깡그리 파괴하고 있는 현 정세에서 더 이상 존재 이유가 없어진 대남 대화기구 조평통을 정리하는 문제를 일정에 올려놓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했었다. 메시지만 보면 이 대표의 통일부 폐지 주장에 동조할 법도 하지만 침묵한 것은 아무리 남북관계가 안 좋아도 대화의 판까지 깨지는 않겠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