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마지막 위기'라고 말하지 말라

입력
2021.07.15 00:00
27면


14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615명으로 연일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강도 높은 조치가 시행되고 있으나 상황은 점점 더 불투명해지고 있다. 확진자의 증감은 확산세를 늘리려는 힘과 감소시키려는 힘의 균형이 중요하다. 확진자를 증가시키는 강력한 요인은 전파력이 높은 변이 바이러스의 유입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정책의 완화이며, 확산세를 감소시킬 수 있는 본질적인 대책은 백신 접종이다.

6월 말부터 지속되는 확산세는 전파력이 높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급격한 확산과 7월 초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대한 성급한 신호가 원인이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이미 우리나라 유행을 주도하는 우세종이 되었다. 정부의 발표는 아직 전체 확진자 중 30% 정도만이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나타나고 있으나 이는 1주일의 시차가 존재한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변이의 비율은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으로 과거의 정보일 수밖에 없으며, 최근 증가 속도를 고려할 때 기사를 읽는 지금은 전체 확진자 중 절반 이상이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추정된다.

당국과 감염병 전문가는 이번 유행의 추이를 다양한 모형을 통해 예측하고 있다. 예측 결과는 긍정적이지 않다. 필자가 이끌고 있는 연구팀의 예측은 현재 확산세는 4단계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가 없을 경우 이번 달 말 일평균 확진자 수가 1,700~1,800명에 도달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4단계 거리두기가 매우 효과적이더라도 다음 주 중반까지는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또한 확진자가 정점에 도달하고 점차 감소한다고 하더라도 현재 2주로 계획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의 연장 여부를 곧 결정해야 한다. 예측 모형에서는 4단계 사회적 거리두기를 종료한다면 즉시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나타난다.

방역 당국은 4단계 사회적 거리두기의 시행 기간을 2주로 발표하였으나, 현재 유행으로 볼 때 2주는 불충분하다. 정부는 1년 반 이상을 2주, 3주 단위로 마지막 고비, 중요한 순간 등의 표현으로 방역 조치를 연장해왔다. 그러나 더 이상 ‘마지막 위기‘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앞으로도 일일 확진자 수는 당분간 평균 1,000명 미만으로 내려오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한 대안은 백신 접종을 최대한 앞당기는 것이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주요 국가의 사례를 볼 때 백신은 델타 변이로 인한 유행 자체를 막을 수 없지만 사망자와 중환자를 매우 적은 수준으로 억제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다음 단계로 이행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3차 유행과는 달리 확진자는 급증하고 있으나 사망자와 중환자의 증가는 비교적 완만한다. 이는 고위험군에 대한 접종 효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유행을 완전히 통제하지는 못하더라도 피해는 감소시킬 수 있다. 50세의 코로나19 사망률은 0.3% 수준이지만 중증 환자의 비율은 1.5%에 이른다. 따라서 고위험군으로 분류될 수 있는 50대와 50대 미만의 기저질환자에 대한 접종을 서둘러야한다.

코로나19는 이제까지 겪어왔듯 종식을 위한 해법이 존재하지 않는 지루한 싸움이다. 지금의 4차 대유행도 단기간에 쉽게 통제할 수 있다는 메시지보다, 장기적으로 백신 접종과 방역의 패러다임 전환을 미리 검토해야 한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