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른바 야권 지지자들의 ‘역선택’을 조장하는 모습을 보여 물의를 빚고 있다. 정당 지도자가 국민참여 경선제도에서 나올 수 있는 역선택 부작용을 방지하는 데 힘을 보태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이를 부추기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 국민선거인단 신청을 완료했다"며 “추미애 후보님에게 마음이 간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모두 더불어민주당 국민선거인단에 신청하셔서 정권 교체에 힘을 보태주세요”라고 썼다. 추 전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경선에서 두각을 보이면 정권 교체에 유리하다는 속셈으로 야권 지지자들의 개입을 선동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언급이다.
민주당은 5일부터 11일까지 1차 선거인단을 모집한 데 이어 2차(7월 16일~8월 3일), 3차(8월 16~25일) 등 세 차례에 걸쳐 선거인단을 모집한다. 당비를 내는 당원이 아니더라도 선거인단에 등록만 하면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에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이런 경선제도는 일반 국민들의 참여를 넓혀 긍정적이지만 상대 당 지지자들도 참여해 표심을 왜곡시킬 우려도 없지 않다. 김 위원의 언급은 바로 이런 약점을 노리고 국민참여 경선제를 악용하는 셈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경선 룰의 취약점을 알려주는 화이트 해커”라고 김 위원을 두둔한 것도 어이없다. 국민참여 경선은 당심과 민심의 간격을 좁힐 수 있어 국민의힘도 적극 도입해야 하는 제도다. 민주당은 “역선택을 유도하는 것은 위법하고 부당한 행태”라며 "법률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즉각 반발했다.
물론 국민들의 참여가 높으면 역선택이 있더라도 실제 결과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하다. 하지만 국민참여 경선의 약점을 보완해야 할 정치권에서 이를 교란하는 언급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게 개탄스럽다. 김 위원이 즉각 사과하는 게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