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필즈상 수상자가 없었던 이유

입력
2021.07.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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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4 마리암 미르자하니


노벨상에 필적할 만한 수학상을 제정하라는 유언과 함께 유산을 남긴 캐나다 출신 수학자 존 찰스 필즈(John Charles Fields)의 삶을 소개하며, 그의 유언으로 제정된 필즈상(Fields Medal) 수상자는 '만 40세 이하'여야 한다는 조건을 설명한 바 있다. 기존 업적 못지않게 장래의 활약을 기대한다는 의미다. 필즈상 위원회는 수학자 가운데 2~4명을 선정, 4년마다 열리는 세계수학자대회에서 발표한다.

2014년 필즈상을 받은 이란 출신 여성 수학자 마리암 미르자하니는 수상 이후 썩 도드라진 활약을 펴지 못했다. 불과 3년 뒤인 7월 15일 유방암으로 별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수상 사실 자체로 한 명의 수학자가 인류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을 안겼다. 1936년 필즈상이 제정된 이래 가장 최근인 2018년까지 약 60명의 수상자 중 그는 유일한 여성이다. 수상 직후 인터뷰에서 그는 "여성이 수학을 공부하는 문화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제야 여성이 처음 필즈상을 받은 것"이라며 '여성은 수학에 약하다'는 오랜 편견을 깨고, 여성 수학·과학자들에게 큰 영감과 자신감을 안겼다.

그는 자신의 경험에 근거해, 수학을 잘할 수 있는 비결로 두 가지를 꼽았다. 수학 그 자체를 즐겨야 한다는 것, 그리고 자신에게 내재된 창의를 믿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둘 모두 성과보다 과정 자체에 충실해야 가능한 일이고, 무엇보다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는 거였다. 그는 스스로를 '느린 수학자'라고 말했다.

이란 테헤란에서 태어나 고교 시절 두 차례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을 딴 그는 테헤란 샤리프 공대를 거쳐 미국 하버드대에서 리만 곡면의 역학·기하학과 모듈라이 공간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클레이 수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한 뒤 2008년 스탠퍼드대 교수가 됐다.

2016년 유방암 발병 이후에도 그는 연구와 강의를 지속하며 제자와 동료 연구자들에게 해법의 영감을 준 여러 일화로 존경받았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