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미군 철수, 꺼림직한 이란...왜?

입력
2021.07.1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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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파 맹주 이란과 수니파 탈레반 간극 
아프간 내전 현실화하면 이란行 난민 발생
이란, 對탈레반 유화 메시지 내놓지만
전문가 "이란, 명확한 전략 없어" 꼬집기도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이 속속 철수하면서 이란의 고민이 깊어진다. 역내에서 미군 축출이라는 이란의 오랜 목표가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게 됐지만 탈레반을 맞닥뜨려야 하는 또 다른 골칫거리가 생겼다. 시아파 맹주를 자처하는 이란과 수니파 무장단체 탈레반 사이에 메워질 수 없는 간극이 있는 만큼 향후 충돌은 이미 현실화했다는 평가다.

이란이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에 따른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다고 1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분석했다. 미군 철수로 탈레반의 세력 확장이 명약관화한 만큼 국경지대에서 분쟁이 일어날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탈레반은 이란 국경지역까지 세력을 뻗치는 모습이다. 아프간 정부는 전날 탈레반이 이란과 아프간 국경지대 주요 지역을 점령했다고 밝혔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 역시 AFP통신에 “우리 전사들이 이란과 국경에 있는 이슬람 칼라 마을, 투르크메니스탄과 국경에 있는 토르곤디를 점령했다”고 말했다. 이란 국영 라디오는 아프간 정부군과 민간인들이 탈레반의 공격에 밀려 이란으로 넘어왔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미군 완전 철수 이후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이 이끄는 아프간 정부가 붕괴할 것이란 예측을 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마저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나 “나는 잘 훈련된 아프간 정부군의 능력을 믿는다”면서도 “사실 그들이 탈레반을 물리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진 않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아프간에서 단일 정부가 나라 전체를 통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내전 재발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의 예측도 별반 다르지 않다. 파테메 아만 중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WP에 “(미군 철수 후) 아프간의 혼란이 심화하고 내전이 발발하게 되면 이란은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전을 피해 이란으로 월경하는 아프간 난민이 급증하면서 수니파의 세력이 커진다는 이야기다. WP는 올해 들어 아프간인 약 20만 명이 고향을 떠났다면서 최근 수 주 동안 타지키스탄으로 월경한 아프간 군인들도 1,500명이 넘는다고 전했다. 이들이 이란으로 흡수되는 경우를 상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단 이란은 탈레반에 대한 유화적 메시지를 잇따라 발신하는 모습이다. 이란 강경파를 대표하는 보수 매체 카이한은 지난달 말 “오늘날의 탈레반은 사람들을 참수했던 과거 탈레반과 다르며 이슬람국가(IS)와도 관련이 없다”며 “그들은 시아파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하셈 라자비 타스님뉴스 외산편집장은 “아프간에서 시아파와 탈레반 사이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발언들이 정제된 전략에 기반했다는 증거는 찾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빌리 나스르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WP에 “이란은 아프간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어떤 방안을 사용할지에 대한 명확한 전략은 없다”고 꼬집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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