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는 포지티브로 가려야 한다

입력
2021.07.11 17:00
26면
비난·비판에 주력하는 후보 경계해야
국정비전, 정책선택이 선거 쟁점돼야
G7 국격 걸맞은 긍정 후보 선출 기대



보통 사람들의 일상적인 대화에서 누구를 표적 삼아 인물평을 할 때, 반 정도 비판하면서 나머지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는 여유를 드러내야 비판의 신뢰가 유지될 수 있다. 만일 그러한 유연성조차 보이지 않는다면 비판한 사람이 '더 꽉 막힌 사람'으로 간주될 여지가 클 것이다. 하물며 국민의 보편적 이익을 대변하고 실행하겠다는 공직 후보자들이야말로 최소한 평범한 사람들의 상식에서 벗어나서는 안 될 것이다.

내년 대선과 주요 정당 경선을 앞두고 경쟁자에 대한 비방, 공격, 조롱, 폄훼, 고발이 넘쳐난다. 치열한 경쟁을 감안한다 해도 네거티브 캠페인이 도를 넘은 듯하다. 세상만사가 100% 옳고, 100% 그른 일은 찾기 어려운데 유독 선거철이 되면 네거티브 캠페인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선거 결과의 본질이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일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 점을 수긍한다고 해도, 유권자인 국민의 생각과 판단을 어지럽히는 과도한 네거티브 공세는 어느 선에 머물러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네거티브로 승기를 잡겠다는 시도는 주권재민 원칙에 역행하는 것이다. 승자는 포지티브에 의해 가려져야 한다. 필자는 치열한 선거경쟁의 본질을 감안하더라도 네거티브가 선거기간 중 정치 언어 소통량의 50%를 넘지 않고, 포지티브가 50%를 능가하는 전통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그 이유는 첫째, 인신공격을 포함한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과 공격은 일정한 선을 넘지 않고 자신의 입장을 폭넓게 밝혀야 한다. 공격만 일삼고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소홀히 하는 사람은 공동체의 이익을 대변할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선거는 일할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지 권좌에 앉아 비판할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는 평범한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둘째, 상대방의 입장과 시책에 대한 비판이 경쟁의 출발점이라고 해도 이마저도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콘텐츠의 주종을 이루어서는 안 되고 대신 비판의 토대 위에서 자신의 정책적 입장을 펼치는 노력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비판이 필요하더라도 비판적 사고가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대체 목표와 정책수단을 내놓는 일이 정치적 경쟁의 근간이다.

셋째, 과거의 일을 다루는 것은 미래를 모색하는 긴요한 단계임에 틀림없으나, 국정 비전과 정책의 방향 등 미래지향적 이슈가 주축을 이루어야 한다. 향후 국정을 어떤 방향으로 다룰 것인지를 알고 싶어 하는 유권자에게는 경쟁자의 과거 행적에 대한 비판 못지않게 어떤 미래를 펼칠 것인가가 관심의 포인트가 되기 때문이다. 과거에 대한 엄중한 진단이 긴요함은 물론이지만, 그 자체가 최종 결과를 판가름하는 것이 아니다. 과거의 문제를 어떻게 치유하고 새로운 미래를 전개할 것인지에 대한 균형된 가치배분을 기조로 국정의 미래를 언약하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선거 과정에서의 정치적 언어가 공격과 비판보다는 자신의 주장과 입장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과거를 진단·비판하되 미래지향적 의제를 제시하는 정치문화가 조성될수록, 일 잘하는 지도자와 역량 있는 정부의 출범을 가능하게 하는 명실상부한 선거축제에 다가설 수 있다.

경쟁 과정에서 극단적 언어 표현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로 삼는 후보자는 경계해야 한다. 격한 언어는 스스로의 심성에서 나오는 것이고 이러한 심성을 가진 분이 온전한 국정 운영의 조타수가 될 수 있을까?

'경쟁자가 이래서는 안 되기 때문에 내가 적임자다'라는 구태에서 벗어나 '그 사람도 역량이 있지만 나는 이런 방향으로 이렇게 잘해보겠다. 우리 팀의 부족한 점을 계속 보완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긍정·균형·비전'에 능숙한, 그리고 국격에 맞는 후보자가 승기를 잡을 수 있는 내년 대선을 기대해본다.

오연천 울산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