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수산업자'가 부장검사와 온 그 음식점, 박영수도 자주 들렀다

입력
2021.07.0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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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검사·업자·이사장 모임 사진 입수
'광복절' '핼러윈데이' 모여 식사 및 사진 촬영
파티용 모자·가면에 '손가락 하트' 기념사진
식당 앞엔 롤스로이스·벤틀리 등 외제차량 
박 특검도 정치인 및 대학 전 이사장과 방문


부장검사-사립대 모임 동석한 '가짜 수산업자'

'가짜 수산업자' 김모(43)씨가 핼러윈데이였던 지난해 10월 31일 자주 찾던 서울의 한 음식점 앞에서 서울 유명 사립대 교수와 기념 사진을 남겼다. 김씨는 이날 사립대 전 이사장 A씨와 B부장검사, 김씨에게 사기 피해를 당했던 사립대 교수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김씨는 박영수 특검을 통해 B부장검사를 소개받아 알고 지냈다.

이들은 이날 파티용 모자와 가면을 쓰고, 손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경찰은 이날 식사 비용을 누가 냈는지 조사 중이다.

핼러윈데이 회동 두 달여 전인 지난해 8월 15일 사립대 전 이사장 A씨는 '가짜 수산업자' 김씨의 주선으로 해당 사립대 법인이 운영하는 수도권 골프장에서 B부장검사와 사립대 교수, 언론사 간부와 골프를 했다. 경찰은 지난달 A씨와 사립대 교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골프 비용을 A씨 측이 모두 지불한 사실을 확인했다. (관련 보도: 가짜 수산업자 주선 '검사 골프회동' 사립대 전 이사장이 비용 전부 냈다)

골프 모임이 끝나고 A씨와 B부장검사는 김씨와 함께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당시 광복절 회동 때 '가짜 수산업자' 김씨는 대게와 백골뱅이 등 해산물을 별도로 가져와 이들에게 제공했다. 일행은 김씨가 가져온 수산물 외에도 저녁 코스 요리를 주문해 먹었다. 식사 비용은 A씨 측이 지불했다.


가짜 수산업자 모임에 벤틀리 등장

지난해 핼러윈데이 모임에선 김씨 일행이 수억 원 상당의 벤틀리 차량을 끌고 와 이목을 끌었다. 김씨 주변 인사들에 따르면, 평소 고급 차량을 좋아했던 김씨는 '오징어 매매사업 사기'로 지인들에게 100억 원대 투자금을 가로채 외제차를 사모으기 시작했다. 10대 안팎의 차량을 보유했던 그는 지난해 8월 포항 철강공단에 있는 공장을 빌려 모터쇼를 열기도 했다. 김씨는 고급 외제 승용차와 슈퍼카 등을 구입하는 데 80억 원을 넘게 쓴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법조계와 언론계 인사들을 만날 때도 외제차를 이용했다. '국정농단' 수사를 이끌던 박영수 특별검사에 포르쉐 차량을 제공한 것은 물론,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엄성섭 TV조선 앵커도 김씨로부터 차량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가짜 수산업자' 모임 장소는 박영수도 자주 찾아

'가짜 수산업자' 김씨가 사립대 전 이사장 A씨와 B부장검사 등과 함께 드나든 이 음식점은 박영수 특검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했다. 올해 5월 4일에도 박 특검은 A씨와 국민의힘 소속 전직 국회의원, 여권의 원로 정치인과 함께 이곳에서 식사를 했다.

박 특검은 2019년 11월 26일에도 A씨와 해당 음식점을 찾아 여권 원로 정치인 및 여권 성향 전직 국회의원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박 특검은 최근 김씨로부터 포르쉐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처신으로 논란을 야기해 사과 드린다"며 지난 7일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다.



오지혜 기자
최은서 기자
이정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