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산업 발전 지원책과 기업의 투자는 실과 바늘 같은 관계다. 정부와 기업이 하나의 공동체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이런 맥락에선 8일 발표된 정부의 'K-배터리 발전 전략'에 각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로 화답한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K배터리 3사 중 정부의 전략에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한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8일 충북 오창 2공장 부지에서 열린 'K배터리 발전 전략 보고대회'에서 3대 국내 투자 전략을 발표했다. △국내 배터리 연구·개발(R&D) 및 생산기술 삼각허브 구축 △배터리 전문 인력 교육 기관인 LG IBT 설립을 통한 우수 인재 육성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와의 협력을 통한 가치사슬 강화 등이다.
이를 위해 향후 10년간 LG에너지솔루션은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 및 생산라인 증설 등에 12조4,000억 원을, LG화학은 배터리 첨단 소재 개발 및 양극재 생산능력 확대에 2조7,000억 원 등 총 15조1,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먼저 LG에너지솔루션은 한국을 배터리 기술 R&D의 중심으로 키우기 위해 오창·대전·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배터리 R&D 및 생산기술 삼각 허브'를 구축한다. 오창 2공장은 스마트 팩토리 전초기지로 육성, 2023년까지 스마트형 공장 차세대 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대전 R&D 캠퍼스에는 2023년까지 연구동을 추가로 건설, 차세대 소재 및 미래형 공정 혁신을 이끌어 낼 방침이다. 마곡·과천 등 수도권 연구소는 리튬화·전고체 전지 등 차세대전지 연구·개발에 집중한다.
전문 인력 육성을 위해 오창 2공장에는 LG IBT를 설립한다. 전 세계 배터리 업체 중 전문 교육기관을 신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울러 2019년부터 운영 중인 협력사 교육 프로그램 '동반 성장 아카데미' 등으로 소부장 업체 육성과 협력 강화 등 가치사슬도 공고히 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3년간 국산화 비율을 소재 43%, 부품 72%, 장비 87%까지 확대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일 가진 '스토리 데이'에서 2025년까지 배터리 18조 원, 분리막 5조 원 등 총 23조 원 등을 포함한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는 국내 투자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지만, 수도권에 R&D 센터를 건립하고 연구 인력을 2배 이상 확충하는 등 국내 연구 역량 강화가 핵심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SDI 역시 시설 투자와 연구·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다. 최근 3년간 약 7조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 삼성SDI는 향후에도 현 수준의 투자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갈 예정이다.
한편 배터리 업계에서 가장 취약한 인력 육성 방안에 대한 정부의 지원 방침에선 일단 고무적인 반응을 내놨다. LG가 민간 차원에서 교육 기관을 설립할 정도로 배터리 업계의 인력난은 심각하다. 학부, 석·박사, 재직자 등 다양한 차원에서 인력 양성 과정을 확대, 연간 1,100명 이상의 전문 인력을 배출하겠다고 밝힌 정부 발표가 가뭄 속에 단비로 평가된 이유다.
다만, 업계에선 배터리 산업의 성장 속도를 감안했을 때 보다 많은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생산 설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차세대 배터리 연구·개발에도 많은 인력이 필요한 실정"이라며 "완성차 업계까지 배터리 전문 인력 확보에 가세한 상황에서 정부가 배터리를 미래 주력 산업으로 육성하려면 중·장기적인 인력 양성 계획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