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대통령 암살' 용의자 4명 사살·2명 체포

입력
2021.07.08 11:37
인질로 잡혀 있던 경찰 3명도 풀려나
경찰청장, 용의자들에 대해 '용병' 지칭

카리브해 빈국 아이티에서 7일(현지시간) 새벽 대통령 사저에 침입해 조브넬 모이즈 현 대통령을 암살한 용의자들 중 일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아이티 경찰은 모이즈 대통령을 살해한 용의자들과 총격전을 벌여 이들 중 4명을 사살하고, 2명을 체포했다. 용의자들에게 인질로 잡혀 있던 경찰관 3명도 오후 늦게 풀려났다. 앞서 프랑 엑상튀 아이티 소통부 차관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모이즈 대통령) 암살 용의자들이 경찰에 의해 붙잡혔다”고 밝혔다.

용의자들의 구체적 신원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레옹 샤를 아이티 경찰청장은 이들을 ‘용병’이라고 지칭했다. 모이즈 대통령 암살 당시 괴한 일부는 아이티 공용어인 프랑스어와 아이티 크레올어 대신, 영어와 스페인어를 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가 촬영한 현장 영상에는 소총으로 무장한 암살범들이 미국 마약단속국(DEA) 요원 행세를 하는 모습도 담겨 있다. 다만 미국은 DEA와의 연관성을 전면 부인했다.

용의자 검거에 앞서 클로드 조제프 아이티 임시 총리는 “고도로 훈련되고 중무장한 이들에 의한 매우 조직적인 공격이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미국 주재 아이티 대사도 이번 사건에 대해 “외국 용병과 전문 킬러들이 저지른, 잘 짜인 공격”이라고 표현했다.

현재 아이티 당국은 계엄령을 선포하고 수도 포르토프랭스 국제공항의 모든 항공편을 취소한 상태다. 조제프 임시 총리는 “경찰과 군이 치안을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2월 취임한 모이즈 대통령은 바나나 수출업 등에 종사한 사업가 출신으로 ‘바나나맨’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임기 등을 두고 야권과 끊임없이 대립했으며, 그럼에도 대통령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헌을 추진해 왔다. 모이즈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를 둘러싸고 야당과의 갈등이 격화한 지난 2월 7일엔 자신을 죽이고 정권을 전복하려는 음모가 있었다면서, 대법관 등 야권 인사들을 무더기로 체포하기도 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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