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봐주기 수사' 비판 의식했나... 공군 양성평등센터장 등 곧바로 기소

입력
2021.07.0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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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심의위 권고 없이 불구속 기소  결정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을 수사 중인 군 검찰이 직무유기 혐의를 받는 이갑숙 공군본부 양성평등센터장과 공군본부 법무실 소속 A 국선변호사를 재판에 넘겼다. 다른 피의자들과 달리 ‘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심의 없이 자체 결정했다. 군이 수사심의위를 방패막이 삼아 ‘봐주기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외부전문가 18인으로 구성된 수사심의위는 군 당국 수사의 적정성을 심의하기 위해 지난달 11일 출범했다.

7일 국방부에 따르면 군 검찰은 전날 오후 열린 수사심의위 회의에서 이 센터장과 A 변호사를 조만간 불구속 기소하겠다고 보고했다. 기소 건이 심의가 아닌 보고 안건으로 이날 회의에 올라가면서 별도 심의는 없었다.

이 센터장은 숨진 이모 중사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올 3월 5일 파악하고도 한 달이 지난 4월 6일 국방부에 늑장 보고한 혐의다. 이마저도 단순 통계 집계를 위한 ‘월간 현황 보고’ 형식이었다. 공군 법무관인 A 변호사는 결혼과 신혼여행 등 개인 사정을 이유로 50일간 이 중사를 단 한 차례도 면담하지 않았다.

군 검찰이 수사심의위 권고 없이 이들을 기소하기로 결정한 것은 ‘수사심의위에 판단을 떠넘기며 소극적인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과 무관치 않다. 이 중사의 부친은 지난달 28일 “국방부 검찰단이 입건한 사람은 20여 명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3명만 기소를 권고했다”며 “수사심의위가 군 검찰단의 방패막이로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11일 군 검찰이 성추행이 벌어진 차량을 운전한 문모 하사를 ‘강제추행 방조 혐의’로 기소 의견을 제시했지만 수사심의위가 “방조의 법리상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불기소로 의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수사심의위는 이날 피해자 신상을 유포하고 가혹한 언사를 하는 등 2차 가해 혐의를 받는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 간부 4명 중 2명에 대해서는 추가 보완수사를, 나머지 2명은 불기소를 권고했다. 15비행단은 이 중사가 성추행 사건 이후 옮긴 부대다.

정승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