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청소 노동자 비극 이후... "휴게 공간 보장하라" 여론 봇물

입력
2021.07.07 10:00
'청소 노동자 휴게시설 충격' 게시글 확산에
관련 청와대 청원 서명 빠르게 늘어
서울대 청소 노동자 사망에 '직장 갑질' 의혹


"자기 어머니였어도 이랬을까요. 이분들이 없으면 공공시설 이용을 못할 텐데."


7일 온라인에서 청소 노동자의 열악한 근로 환경을 비판하는 게시글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관련된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서명 인원이 4만 명을 넘어섰다. 전날인 6일에는 서울대 기숙사 청소 노동자가 휴게실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진 터라, 청소 노동자가 일하는 환경에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서는 지난달 21일 올라온 '청소 노동자들이 화장실에서 식사하지 않도록 휴게 공간을 보장할 것을 의무화하라'는 청원에 서명한 인원이 오전 8시 기준으로 4만 명을 돌파했다.

이 청원의 청원인은 "정부청사나 대학과 같은 공공건물에서도 청소 노동자들이 공공연하게 화장실에서 식사를 하고, 사기업에서는 하청업체에 (관리 책임을) 떠넘기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한동안 크게 늘지 않던 이 청원의 서명 인원이 빠르게 늘어난 것은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정말 충격적이라는 청소 노동자 휴게시설' 게시글이 네티즌의 공감을 부르면서, 이들이 위 청원에 서명하고 해당 링크를 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시글은 2017년 6월 한국일보 뷰엔 '쉬는 게 쉬는 게 아닌 청소 노동자의 휴식'을 시작으로, 그동안 청소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를 전한 언론 보도를 모아 놓은 글이다. 글에서 인용한 가장 최신 보도는 KBS에서 올해 1월 전한 나라키움 부산통합청사의 청소 노동자 지하 휴게실 상태를 고발한 보도다.


앞서 6일에는 서울대 기숙사 청소 노동자로 일하던 5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이 뒤늦게 전해지기도 했다.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밤 11시쯤 청소 노동자 A씨가 서울대 기숙사 청소 노동자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청소 노동자들이 속한 전국민주일반노조 산하 서울대시설·관리분회는 A씨가 '직장 내 갑질'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숨진 것으로 본다며 7일 학교 측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가족과 함께 산업재해를 신청한다고 했다.

서울대에서는 2019년에도 청소 노동자가 폭염 속에 에어컨도 창문도 없는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해 여론의 공분을 불렀다.

당시 사건의 영향으로 서울대의 청소 노동자 휴게실 환경은 나아져 현재 서울대 청소 노동자 휴게실에는 냉방 시설과 창문이 있다. 하지만 휴게실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청소 노동자 처우 개선을 촉구한 청원인은 "청소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그동안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만 간헐적으로 지적돼 왔다. 이제는 분노와 슬픔 이상의 논의가 있어야 할 때"라고 적었다.

그의 지적대로 가끔 나오는 보도와 사고 소식으로 개별 상황이 나아지는 경우는 있지만, 최근 수년 동안 청소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환경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음이 드러난 셈이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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