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른 집값에 부담… "수도권 아파트 구입 역대 가장 어렵다"

입력
2021.07.0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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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아파트 HAI 95.8...통계 작성 이후 처음
올해 1분기 전국 기준으로도 역대 최저
단기간 주택 가격 급등이 원인

올해 들어 수도권 아파트를 구입하기가 '역대급'으로 어려워진 것으로 조사됐다. 1분기 수도권 아파트의 주택구매력지수(HAI)가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100선 아래로 떨어졌고 전국 기준으로도 최저치를 기록했다.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며 6억 원 이하 매물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수도권 아파트의 HAI는 지난해 4분기 대비 4.9포인트 하락한 95.8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 조사를 시작한 2012년 1분기 이후 첫 두 자릿수다. 전국 아파트 HAI는 직전 분기 147.2에서 올해 1분기 140.1로, 서울은 62.8에서 60.8로 떨어졌다. 모두 역대 최저치다.

HAI는 중간 정도 소득 가구가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아 중간 가격대의 주택을 구입한다고 가정할 때 대출 원리금 상환에 필요한 금액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HAI가 100보다 크면 중위 소득 가구가 중위가격 주택을 무리 없이 살 수 있다는 뜻이다.

HAI 급락은 올해 전국 집값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급등한 결과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상반기 전국 아파트 가격 누적 상승률은 9.97%로 이미 지난해 연간 상승률(9.65%)을 넘어섰다. 수도권 아파트(12.97%)는 상반기 기준 2002년(16.48%) 이후 19년 만의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1분기 누적 상승률은 전국과 수도권 각각 5.09%, 6.64%에 달한다.

아파트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며 수도권에서 '중저가'로 취급되는 6억 원 이하 아파트 매물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부동산114의 시세 조사 대상 아파트 집계에 따르면 올해 1월 초 서울의 6억 원 이하 아파트는 25만9,785가구였지만 지난달 말에는 17만6,186가구로 32.2% 감소했다. 경기와 인천도 각각 54.6%, 11.3%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수요자들의 주택구매 여력 약화가 집값 안정으로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수요가 상대적으로 약해지더라도 공급이 더욱 부족한 상황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며 "적어도 내년 대선까지는 집값 하락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의 우려대로 집값이 조정에 들어간다면 HAI 최저점에서 주택을 사들인 매입자의 대출 상환 부담은 늘어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수년 후 금리가 정상화돼 부동산 가격 조정이 시작될 경우 대출 상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맹목적인 추격 매수를 위한 무리한 대출은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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